광주시, 진실규명지원단 발족
차기 정부 중요 과제 반영 요구
정치적 부담 커 쉽지 않을 듯
윤장현 시장 “당면 과제 삼겠다”
재선용 치적 만들기 뒷말도
요즘 광주 지역 정가와 관가 등에선 ‘미완의 5ㆍ18민주화운동’에 대한 얘기가 부쩍 늘었다. 37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역사의 장막에 갇혀 있는, ‘그 날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1980년 5월 당시 시위대를 향해 최초로 발포명령을 내린 책임자와 행방불명자 및 암매장 희생자 수, 미국의 개입 여부 등이 바로 그것이다. 5ㆍ18 당시 계엄군이 헬기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보고서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5ㆍ18관련 기밀 해제 문건 등이 잇따라 공개되고, 6일 광주시가 5ㆍ18진실규명지원단까지 발족하면서 일각에선 “벌써 5월이 온 것이냐’는 말도 나온다.
그간 “5ㆍ18의 사실 관계를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5월 단체 등의 요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올해 들어 그 목소리가 유독 두드러진 데는 조기대선 국면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교체가 기정사실화하면서 5ㆍ18 진실규명을 차기 정부의 중요 과제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시의 5ㆍ18진실규명지원단의 역할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시 관계자는 “지원단은 차기 정부가 5ㆍ18진실규명에 관한 첫 보고서를 내놓겠다는 것을 과제로 채택하도록 여론을 만들고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 대선 주자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지금이 5ㆍ18진실규명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가 지원단 발족과 함께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5월 단체와 전문가 등 13명으로 5ㆍ18진실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따로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5ㆍ18기념재단도 시와 별도로 2020년까지 ‘표준 5ㆍ18민주화운동사’를 발간하기로 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재단 측은 5ㆍ18발생과 전개 과정, 명예회복, 최초발포명령자 등 각종 쟁점 사항 등을 표준화해 5ㆍ18 왜곡과 폄하를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TF 등이 차기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을 이끌어 낼 만한 결정적인 단서나 증거 자료를 찾아낼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예컨대, 80년 5월 당시 ‘충정작전’으로 불리며 광주 진압작전에 투입된 2개 부대의 군 작전일지엔 사망자 수와 행방불명자 암매장 장소, 발포책임자 등이 기록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군이 이를 내놓을 리는 만무하다. 2007년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5ㆍ18 당시 발포명령자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과거사위에 강제조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가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광주 유혈 진압의 직접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 등 가해자들에 대한 사면ㆍ복권마저 이뤄진 마당에, 차기 정부가 5ㆍ18 진실 규명을 이슈로 들고 나오기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TF가 5ㆍ18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줄 열쇠인 군 작전일지 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시는 ‘5ㆍ18 진실 찾기’를 시의 당면 과제로 삼고 5ㆍ18 진실규명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모든 대선 후보들이 새 정부에서 5ㆍ18 진상규명의 숙제를 받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게 이 시대 마지막 일이라 생각하고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일각에선 “민선 6기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윤 시장이 5ㆍ18진실규명 작업을 자신의 치적 만들기에 써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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