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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소설로 읽는 교육 민주화

입력
2017.02.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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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차지하기 게임’을 해 보면 인간 사회의 본질이 잘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가 심화할수록 의자의 수는 줄어든다. 한 사람이 많은 수의 의자를 차지하고 내놓지 않는 게 그런 경우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한 사회에서는 한정된 재화와 기회를 다수가 나눠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자라나는 세대는 어른들의 세계에 맞춰 살아가려고 준비해야 하는데, 그것이 오늘날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대학 하나만 목표로 모든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여한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규모가 40조원에 달한다. 우리가 끼니때마다 먹는 조미료가 4,000억원 시장이니 그의 100배 규모다. 먹는 맛보다 생존의 쓴맛에 무려 100배의 돈을 쓰고 사는 셈이다.

다들 잘못되었다고 공감하면서도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어른들도 몇 개 남지 않은 의자밖에 못 보는데 아이들이야 말해 뭣하랴. 아이들이 아는 직업, 특히 선망의 직업은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 좁은 곳에 들어가게 하려고 전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등을 떠밀고 간다. 그런데 거기 들어갈 극소수 말고 대부분의 아이들을 외면하는 게 지금의 교육이다. 경쟁이 팽배해진 곳에는 개성을 살린 행복, 협동의 시너지, 모두를 잘 살게 하는 국가 경쟁력, 이런 것들이 없어진다. 모래알이 아무리 질이 좋아 봤자 그 자체로 건물을 올리지는 못한다.

조정래 소설 ‘풀꽃도 꽃이다’ (해냄, 2016)는 장미와 풀꽃이 조화롭게 자라는 건강한 생태계를 그려낸다. 인생의 답이 하나밖에 없는 듯이 몰아가는 환경 속에서 주인공들은 제각기 저항한다. 공부에 대한 엄마의 집착 때문에 자살을 계획하는 아이, 꿈 때문에 집안의 반대와 친구들의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학교폭력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하지만 퇴학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감싸고 응원하며 여러 가지 길을 보여주는 선생님과 어른들도 있다. 그분들의 도움을 통해 아이들은 막혔다고 생각한 곳에서 새로운 문을 연다. 사회로 일찍 뛰어들어 경험을 쌓고, 혁신학교로 옮겨 실력을 쌓고 마음을 키워나간다.

그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거 충분히 가능하겠는데?’라는 확신이 생겨났다. 내가 이래서 소설을 읽는다. 소설은 답을 찾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돌파력을 갖기 위해 읽는 것이다. 답을 다 알고 있는데 개혁되지 않는다면, 의지의 문제만 남아있는 것이다. 문학은 집단을 움직이는 힘은 아니다. 오직 읽는 개인의 마음을 파서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퍼 올린다. 그러나 변화된 개인은 변화를 주저하는 집단을 끄는 힘이 있다.

세계에서 주입식 암기교육을 하는 곳은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우리는 10년 전부터 정체된 나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토론하고 말과 글로 표현하는 교육방식을 더욱 키우고 있다. 나만 잘 되면 그만이다는 생각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사람으로 교육하니 정치와 제도가 정직하고 투명하다. 우리나라 청소년 행복지수는 2010년 이래 4년 연속 OECD 국가들 중에 꼴찌였다. 학업성취도 역시 꼴찌였다. 작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오랜 집필기간 동안 해결책도 많이 찾아냈지만, 작품 속에 상세한 답을 적어 넣지는 않았다. 독자가 소설 속 주인공들과 함께 한걸음 내디디기만 한다면 그 답을 바로 알 수 있다.

개혁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개인의 양보와 절제, 둘째 집단의 약속 이행, 셋째 이 두 가지를 잘 시행하기 위해 제도가 필요하다. 개인이 양보와 절제를 했을 때 손해를 안 보도록 보호해야 하고, 집단의 약속 이행이 되지 않을 때 제재를 해줘야 한다. 즉 개인과 집단과 관리 주체가 각자의 기능을 잘 할 때 개혁은 이루어진다. 나는 이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실천으로 계속 이어서 써가고 싶다.

제갈인철 북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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