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쓰며 대회 사상 첫 통산 5번째 우승 대미를 찍었다.
뉴잉글랜드는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팰컨스와 제51회 슈퍼볼에서 연장 접전 끝에 34-28(0-0 3-21 6-7 19-0 연장<6-0>)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 ‘빈스 롬바르디’를 품에 안았다. 3쿼터 6분 29초만 해도 3-28, 25점 차까지 뒤졌던 뉴잉글랜드는 13분 만에 25점을 뽑아내는 믿기지 않는 뒷심으로 슈퍼볼 역대 첫 연장전을 이끌어냈고, 결국 정상에 올랐다. 뉴잉글랜드가 슈퍼볼에 우승한 것은 2002년, 2004년, 2005년, 2015년에 이어 통산 5번째다.
뉴잉글랜드의 야전 사령관 톰 브래디(40)는 자신의 7번째 슈퍼볼 무대에서 역대 첫 5회 우승 쿼터백이 됐다.
애틀랜타의 21-3 리드로 전반전이 끝났을 때만 해도 기울어진 승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설상가상 뉴잉글랜드는 3쿼터 6분 29초에 애틀랜타에 또 하나의 터치다운을 허용해 점수 차는 25점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뉴잉글랜드의 대역전극 기운은 4쿼터 4분 16초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뉴잉글랜드는 3점짜리 필드골과 9분 4초에 나온 브래디의 7야드 터치다운 패스, 2포인트 컨버전을 묶어 단숨에 11점을 뽑아내며 20-28, 8점 차까지 간격을 좁혔다.
뉴잉글랜드는 경기 종료 3분 30초를 남겨두고 공격권을 가져왔다. 브래디는 계속해서 퍼스트 다운을 경신하며 전진을 이어갔다. 와이드 리시버 줄리안 에델만이 무서운 집중력으로 상대 수비수 3명을 뿌리치고 볼을 잡아내는 장면까지 나왔다. 뉴잉글랜드는 경기 종료 57초를 남겨두고 러닝백 제임스 화이트가 1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찍은 데 이어 2포인트 컨버전까지 성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슈퍼볼 사상 첫 연장돌입 순간이다.
뉴잉글랜드는 연장전에서도 브래디의 신들린 듯한 패스 연결로 상대 진영 15야드까지 전진했다. 러닝백 화이트가 2야드 터치다운을 찍으며 기적의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답게 이날 화려한 볼거리와 저명 인사들이 슈퍼볼 무대를 풍성하게 가꿨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하프타임 공연에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경기장 옥상에서 무대를 시작한 가가는 갑옷을 연상시키는 ‘반짝이’ 은색 원피스와 은색 부츠를 갖춰 입고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와 ‘이 땅은 너의 땅’(This land is your land)의 한 소절을 불렀다. 이어 국기에 대한 맹세에 나오는 구절인 “하느님 아래 하나의 나라, 모두를 위한 불가분의 자유와 정의”라며 외치며 갑자기 아래로 뛰어내렸다. 가가는 ‘미국인, 전세계인들이여, 오늘밤 안녕하신가”라고 관중들을 향해 묻고선 “우리는 즐기려고 여기에 있다. 우리와 함께 즐기길 원하는가”라고 말했다. 가가가 그 동안 반(反)트럼프 성향을 보인 만큼 공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작심 비판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직설적인 비난성 발언은 없었다.
생존한 전직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인 조지 부시(93)는 경기 시작을 알리는 동전 던지기로 건재를 과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휠체어를, 부인 바버라 여사는 골프 카트를 타고 함께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양 팀 선수와 관중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상을 통해 “슈퍼볼과 같은 대형 체육 행사는 매우 상징적이다. 세계의 만남과 평화 문화를 건설할 수 있다. 스포츠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는 이기심을 극복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희생, 성실, 규율을 배울 수 있다”는 말로 세계인의 평화, 우정,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무대인 올해 슈퍼볼의 광고단가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 방송이 중계한 올해 슈퍼볼 TV 중계 광고단가는 30초당 500만~550만달러(약 57억~63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지난해 450만∼470만 달러(약 51억∼53억원)보다 증가한 것으로, 1초당 2억원 꼴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참여했다. 2010년부터 8년 연속 슈퍼볼 광고를 진행한 기아차는 60초짜리 광고에서 올해 미국에 출시하는 친환경차 니로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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