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공직자 사면 조치에 반발해 일어난 루마니아 시민들의 시위가 행정조치 철회 이후에도 식지 않고 있다. 시위 6일째인 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승리의 광장에는 현지 언론 추산 30만여명이 운집해 소린 그란데아누 현 총리 내각의 퇴진을 요구했다. 집권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된 그란데아누 총리는 사퇴를 거부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5일 부패공직자 사면령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그린데아누 총리는 “루마니아를 분열시키고 싶지 않다”며 큰 반발을 부른 명령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만~30만명 사이로 추정되는 인파가 이날 저녁에도 거리에 나와 깃발을 흔들고 “내각 총사퇴”를 외쳤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것이다. 시위자 에마(24)는 AFP통신에 “정부는 부패했고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정부는 또 유사한 행동을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패공직자 사면령은 오는 10일부터 직권남용에 의한 손실액이 20만레이(약 5400만원)를 넘지 않으면 징역을 살지 않도록 하는 명령이다. 집권 사회민주당(PSD) 정부는 과중한 형법을 조정하고 교도소 과밀을 해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PSD의 당수인 리비우 드라그네아를 비롯해 다수의 정치인들이 혜택을 보면서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드라그네아 당수는 “배후에서 시위를 치밀하게 조직하는 그림자 세력이 있다. 정부가 이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시위자 라우라 파투는 AFP통신에 “사람들은 단지 부패를 끝내고 싶을 뿐”이라며 이를 부정했다. 다른 시위자 마테이는 “사회 전체가 합심해 루마니아를 더 깨끗한 국가로 만들 것”이라 희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