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생리대-기저귀, 안전 관할 다를 이유 있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생리대-기저귀, 안전 관할 다를 이유 있나요

입력
2017.02.06 04:40
0 0

기저귀에 다이옥신 검출됐지만

식약처 “기저귀, 질병용 제품 아냐”

생리대ㆍ마스크 등은 관리하지만

의약외품 정의 안 맞아 지정 어려워

“제품 분류 상관없이 기준 높여야”

헷갈리는 제품별 관리기준. 한국일보
헷갈리는 제품별 관리기준. 한국일보
팸피스 기저귀. 인터넷 캡처
팸피스 기저귀. 인터넷 캡처

아기 기저귀 브랜드인 피앤지(P&G)의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에서 살충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부랴부랴 제품을 철수시키고 있지만 이미 시중에 풀린 양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꼼꼼한 사전 허가와 주기적인 사후 검사가 유일한 대안이지만 식품과 의약품 등의 안전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며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후속조치들이 취해졌지만, “그 때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유아용 일회용 기저귀는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의 ‘안전확인대상 어린이 제품’으로 분류돼 있다. 아기에게 사용되는 기저귀는 높은 수준의 안전성 검사가 요구되지만 주무부처는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기술표준원이다. 안전 기준이 없지는 않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기저귀를 제조ㆍ수입하려는 업자는 ▦수소이온지수(pH) ▦형광증백제 ▦폼알데하이드 등 화학물질의 함유나 농도와 관련한 일정 기준을 충족한 뒤 산자부가 선정한 기관에서 안전확인시험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에는 문제가 된 다이옥신에 관한 기준은 없다. 다이옥신 기저귀가 시중에 유통될 수 있었던 이유다.

기저귀가 생리대나 마스크처럼 식약처가 관리하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의약외품은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한 채 제조ㆍ수입업자가 제출한 서류와 샘플 제품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물질은 심사 기준에 없더라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만약 생리대를 만들어 팔겠다는 업체가 제출한 샘플에서 다이옥신 등 위해 물질이 검출됐다면 이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춰야만 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식약처는 이미 허가가 나 유통 중인 의약외품이더라도 비정기적인 사후 검사를 한다.

그렇다면 기저귀도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면 되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 식약처는 기저귀가 의약외품의 정의에 맞지 않아 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외품을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치료ㆍ경감ㆍ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섬유ㆍ고무제품 또는 이와 유사한 것’ 등으로 정의하고 하위 고시에서 생리대와 마스크, 안대, 붕대, 반창고, 유아용 물티슈 등을 나열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저귀는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볼 수 없어 의약외품 지정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논리라면 생리대나 유아용 물티슈 역시 의약외품으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반박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만 봐도 의약외품 지정 기준은 그리 엄격한 편이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가 되자 이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했고, 유아용 물티슈나 담배처럼 흡입하는 비타민인 ‘비타스틱’ 역시 사회적 이슈가 되자 뒤늦게 의약외품에 포함시킨 제품이다. 결국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위생용품관리법’이 통과되면 기저귀를 위생용품으로 분류해 좀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 조차도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법안을 보면 위생용품 관리를 맡게 되는 식약처가 안전 기준을 만들어주면 제조ㆍ수입업자가 자체적으로 품질 검사를 하는 방식인데, 이 경우 현재 산자부 등에서 하는 검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시민단체들은 정부부처들이 ‘관할’보다는 실질적인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슈가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조금씩 의약외품 등의 범위를 넓힐 것이 아니라 차제에 소비자 안전과 관련 깊은 생활용품은 제품 분류에 상관없이 안전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