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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대신 자유 택한 8년 “내 인생 살아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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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대신 자유 택한 8년 “내 인생 살아 행복해요”

입력
2017.0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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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1급 판정 후 시설 생활 20년

비리 알게 된 후 동료 7인과 함께

서울시에 탈시설정책 요구 농성

“주거ㆍ취업ㆍ활동보조 서비스 등

장애인 자립 다각도 지원해야”

Figure 1 8년 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온 김진수씨는 5일 서울 강서구 자양동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다각적인 탈시설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Figure 1 8년 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온 김진수씨는 5일 서울 강서구 자양동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다각적인 탈시설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시설에서 나온 첫 날, 새벽 6시에 눈을 딱 떴는데 함께 나온 동생이 그러더라고. ‘간섭도, 감시도 없어서 참 좋네요 형님, 나 참 행복해요’라고.”

2009년 6월 제 몸 가누기 힘든(지체장애) 장애인 8명은 비닐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간이천막에서 아침을 맞았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 터잡은 노숙농성은 그렇게 두 달간 이어졌다. “더 이상 시설에서 살기 싫다”는 그들의 외침에 서울시가 장애인 탈(脫)시설정책 마련을 약속한 뒤에야 농성을 풀었다. 보호보다는 자유를 택한 그들은 올해로 8년째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내고 있다. 여전히 행복한지 궁금했다.

‘마로니에 8인’ 중 1명인 김진수(67)씨는 5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집으로 기자를 초대했다. “지난달 겨우 입주한 영구임대주택이에요.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한 나머지 1명과 함께 살아요. 그나마 방이 2개라 다행이죠.” 그는 웃었다. 시설을 나온 뒤에도 돈이 부족해, 도움이 절실해 그간 구하지 못했던 집을 드디어 얻은 기쁨이 배여 있었다.

최소한 누울 자리는 있었던 시설(요양원)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뭘까. “다이빙을 하다 목뼈가 끊어져 1989년 지체장애1급 판정을 받고 시설에 입소했어요. 말 그대로 ‘먹고 자고’가 전부였죠. 오후 6시 돌봐주는 선생님이 이불을 깔아주고 퇴근하면 잘 준비를 해요. 대부분 그냥 그렇게 살았어요. 아무 의욕도 목적도 없이.”

20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장애인들의 돈을 떼먹는 요양원의 비리를 알게 된 뒤 더 참을 수 없었다. 김씨는 2009년 동료 7명과 경기 김포시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의 비리를 온 세상에 알린 뒤 거리로 나섰다. 내친 김에 장애인들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탈시설 정책 마련을 주장했다. 덕분에 마로니에 8인은 국내 탈시설 장애인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자유에 대한 장애인들의 열망은 높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설거주 장애인 700여명에게 물었더니 절반 이상(57.49%)이 “시설을 떠나 살고 싶다”고 했다. 주된 이유는 ‘자유로운 생활’과 ‘개인생활 보장’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시설의 반대(예산 감소 우려) ▦가족의 거부(경제적 부담 등) ▦사회적 지원체계 부족이라는 3중 벽에 막혀 있다. 김씨조차 “최고 중증장애로 분류되는 저에게 주어진 활동보조시간이 퇴소 당시 겨우 하루 6시간(한달 180시간)에 불과해 나머지 시간에 시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일날 뻔했다”고 했다.

현재 김씨는 나머지 마로니에 8인과 함께 시설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있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소장이라는 직함도 얻었다. 탈시설 관련 교육도 진행해 김포 향유의집(옛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는 벌써 7명이 자립을 택했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라면서도 그는 당장은 선한 이웃들을 믿는다.

그는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활동보조인 도움으로 출퇴근하면서, 심지어 쉬는 날에도 활동일지와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고 있다. 겨우 두 팔을 움직이는 정도지만 더 이상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을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탈시설 논의가 그냥 ‘시설에서 나온다’에서 끝나선 절대, 절대로 안 돼요. 주거, 취업, 활동보조 서비스, 관련 교육까지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는 행복을 조심스럽게 빗댈 만큼 열정이 넘쳤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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