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에 영향 주는 달러 환율
1135원 → 1210원 → 1147원
단기 전망 주저하는 분위기까지
구리값 3개월 새 17%나 상승
15% 이상 오른 유가도 불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날갯짓’에 달러화, 원자재, 국제유가 등 전 세계 주요 자산가격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블랙스완’(검은 백조란 뜻으로, 예측할 수 없지만 한번 발생하면 막대한 충격을 끼치는 사건)이 나타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원료를 수입ㆍ가공해 되파는 대외 의존형 우리 경제가 시계 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5일 국내외 금융시장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지난해 11월8일)과 취임(올 1월20일)을 전후로 최근 3개월 간(작년 11월1일~올 2월3일) 국제 주요 자산가격은 대부분 급등세를 타면서도 동시에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미 달러화 가치를 대변하는 달러인덱스는 트럼프의 인프라투자ㆍ감세 공약 등에 대한 기대감에 지난해 11월4일 97.08에서 12월20일 103.28까지 불과 한달 여 만에 6%나 급등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달러가 너무 강하다” “중국, 일본이 통화 절하로 시장을 농락했다” 등 자극적 발언을 쏟아내자 최근에는 다시 99.84까지 주저앉았다.
우리 수출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원ㆍ달러환율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작년 11월8일 달러당 1,135.0원이던 환율은 12월28일 1,210.5원까지 수직 상승했지만 지난 3일엔 1,147.6원까지 급락했다.
통상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제 금값은 이런 영향으로 최근 한 달 새 4.8%나 급반등했다. 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의 재정정책이 본격화할 올 하반기쯤 달러가 다시 강세를 띨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 전망은 아예 내놓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환율 못지 않게 국내 기업 채산성과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국제 원자재가도 트럼프 나비효과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철금속인 국제 구리 가격은 최근 3개월 간 17.4%나 급상승했다. 설탕, 곡물 등의 국제 농산물가격도 반등세(1월 식량가격지수 2.1% 상승)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이후 15% 이상 오른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ㆍWTI 기준)도 언제든 추가로 급등락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미국의 반이민 움직임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미국ㆍ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면 올해 원유시장의 ‘블랙스완’(검은 백조란 뜻으로 예측할 수 없지만 한번 발생하면 막대한 충격을 끼치는 사건을 일컫는 용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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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자산가격 상승과 급변동은 우리 경제의 생산원가와 판매에 모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수출도 “올해 전체 전망은 어둡다고 봐야 한다”(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 초반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환율, 유가, 원자재가 동반 상승이 국내 물가를 끌어올려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 큰 우려는 이런 자산가격 변동의 향후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최근 통화관련 발언(달러 약세)과 미국우선주의 공약(달러 강세)이 서로 모순되는데다 이런 정책이 경쟁국들의 반발을 키울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혼란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모두 국내 기업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정혼란과 트럼프 나비효과 등으로 당분간 기업과 가계는 보수적 운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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