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반기문 퇴장 쇼크에
“문재인 안되고 안희정은 거리 멀어”
충남 대전 ‘안희정 대망론’
“문재인 본선 땐 표심 황교안 쪽으로”
반기문 하차 후 안희정 지지율 21%로↑
“지지 후보 없다”도 19%로 늘어


“충청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팍팍 밀어주려고 했는디 안 나온다니까 섭하지. 이제 (찍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 아녀? 아무도 없지”
4일 충북 청주 상당구 육거리 종합시장에서 만난 이모(62ㆍ충북 괴산)씨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인한 허탈감을 노골적으로 토로했다.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충청 사람들이지만,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유력 대선 주자를 잃었다는 상실감은 감추지 못했다. ‘반기문 하차 쇼크’는 특히 반 전 총장의 고향 지역인 충북이 강해 ‘대안’ 조차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반면 충남은 안희정 충남 지사가 충청대망론의 공백을 메우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대표적 스윙보터 지역인 충청권이 ‘보수 진공 속 야권 주자 강세’라는 전국 표심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충북 오송과 청주 일대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나모(59)씨는 “나 같은 사람들은 마음 둘 곳이 없다”며 “20ㆍ30대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지하지만 우리 눈에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안 될 사람이고 안희정 지사는 여기(충북)와 거리가 멀다”고 민심을 전했다.
최근 보수층의 대안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충청 대망론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반심(潘心)이 황심(黃心)으로 옮겨가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청주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박모(58)씨는 “(황 권한대행도)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서 반 전 총장처럼 중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정서가 있다”며 “투표장에 안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고 말했다. 이언구 전 충북도의회 의장은 “반 전 총장의 공백을 누가 메울 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충청대망론의 자장권에 있지만 충남ㆍ대전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천안ㆍ아산 지역 택시 운전기사인 최승만(63)씨는 “나처럼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도 겸손하면서도 젊고 패기 있는 안희정 지사를 지지한다”며 “이제 경선에서 문재인만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하차 이후 충남에서는 안 지사라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돼서 대권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그만큼 충청 대망론의 열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대전 동구 중앙시장에서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온 김윤태(49)씨는 “충청에서 이번에는 꼭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며 “반 총장이 하차했으니까 이제는 안 지사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표심은 안 지사로 쏠리고 있지만, 충청 표심이 야권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천안 남산중앙시장 앞에서 만난 강모(51)씨는 “문재인 전 대표는 이 동네에서 인기가 없다”며 “만약 문 전 대표가 본선에 나가면 안희정 표가 고스란히 문 전 대표한테 가지 않고 황교안 권한대행 쪽으로 많이 이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 지역의 민심 변화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전ㆍ세종ㆍ충청 지역에서 1월 둘째주에 12%에 머물렀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반 전 총장 하차 이후인 2월 첫째주에는 21%로 상승했고‘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1%에서 19%로 늘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대전ㆍ청주ㆍ천안=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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