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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확실성으로 기업들 이중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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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확실성으로 기업들 이중삼중고

입력
2017.0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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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0원 하락 땐

車산업 매출 4200억원 감소

철강업계 ‘내추럴 헤지’ 대응

수출 때 받은 달러로 원자재 구입

환율 불안과 원자재가 상승, 통상압박 등 복합적으로 몰려드는‘트럼프 파고’에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대비해‘시나리오 플래닝’전략을 강화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환율변동에 민감한 수출기업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환율전쟁’ 정책을 펼 경우 이어질 원ㆍ달러환율 하락을 현지생산 확대나 가격 인상만으론 상쇄하기 어렵다고 보고 중장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 매출이 약 4,200억원 줄어든다는 예측치가 나오면서 긴장감은 더 컸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장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없어 중장기적으로 수익구조 개선과 신시장 개척 등 대응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매출액의 약 84%를 수출에서 얻는 한국타이어는 더 절박한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국내 생산 물량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가동할 미국 공장 생산량이 전체 수요 물량을 맞추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수출 효자인 전자업계도 불똥이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원ㆍ달러환율이 분기당 평균 3~4% 하락하면 매출이 약 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외환관리위원회를 통해 환율 변동을 모니터링하면서 제품 원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ㆍ조선업계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환율전쟁으로 주춤할 경우 원료 수입엔 숨통이 트이는 반면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어느 쪽 영향이 클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수출할 때 받은 달러로 곧바로 원자재를 구입하는 ‘내추럴 헤지’ 방식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전했다. 조선업계도 최근 수주 계약시 고정 환율을 적용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환율이 춤을 추면서 저환율 상황에선 신규 수주 자체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유업계도 원유가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구매한 원유를 선적한 뒤 한달 가량 지나 대금을 지급해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환율과 유가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선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변동의 폭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최대 난관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운업은 원ㆍ달러환율이 하락하면 손실 폭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환율 변동 폭이 클수록 실적이 예상 범위에서 벗어나 요동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통상당국은 우선 기업 스스로가 대응 전략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실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우리 정부가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며 “돌발 상황에 따른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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