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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첨단장치’ 오작동 유무 확인 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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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첨단장치’ 오작동 유무 확인 길 열린다

입력
2017.02.06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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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브뤼셀에 위치한 유엔 자문기구 국제자동차검사위원회(CITA)에서 진행된 차량의 전자식 안전장치(ECSS) 작동 시험에서 한 연구원이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CITA 제공.
지난해 말 브뤼셀에 위치한 유엔 자문기구 국제자동차검사위원회(CITA)에서 진행된 차량의 전자식 안전장치(ECSS) 작동 시험에서 한 연구원이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CITA 제공.
국제자동차검사위원회(CITA)에서지난해 말 진행된 차량의 전자식 안전장치(ECSS) 작동 시험에서 차량의 ABS와 차체자세제어장치(ESP) 등이 정상 작동하는 지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모습. CITA 제공
국제자동차검사위원회(CITA)에서지난해 말 진행된 차량의 전자식 안전장치(ECSS) 작동 시험에서 차량의 ABS와 차체자세제어장치(ESP) 등이 정상 작동하는 지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모습. CITA 제공

직장인 박모(35)씨는 지난달 말 서울 미아동에서 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는 갑자기 끼어든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들이 받았는데 차량에 설치된 에어백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박씨는 “급 브레이크를 밟은 덕분에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마가 운전대에 부딪혀 피멍이 들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에어백 오작동을 의심해 해당 자동차업체에 점검을 맡겼다. 하지만 업체 측은 “운행 중 경미한 충격엔 에어백이 터지지 않도록 충돌 각도 등을 조정해놓았기 때문”이라며 “에어백이 작동할 만한 조건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박씨는 “해당 업체가 ‘아니다’라고 하면 오작동 유무를 확인할 방법이 더 이상 없다”며 “결국 큰 사고가 나야 알 수 있다는 건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의 에어백과 긴급제동시스템(AEB) 등 첨단전자식 안전장치(ECSS) 정보를 민간 정비기관들에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큰 불만을 사고 있다. ECSS정보가 민간 정비기관과 공유되지 않으면 결국 ECSS 오작동 유무에 대한 판별이 해당 차량 제조업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월에는 아우디 A8L 차량을 보유한 차주가 아우디 본사 앞에 사고로 폐차가 된 차량을 세워 놓고 “A8L 차 가격만 1억5,000만. 하지만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아우디 측에서는 “차량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기존 현행법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차량의 점검 및 정비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3의 정비기관에 제공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에어백이 전개되는 충돌 각도와 충돌 수치 등 ECSS와 관련한 정보들이 자체 기술로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사온 특허권에 해당하기에 정비기관에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자기 차량의 ECSS 오작동 유무가 의심돼도 이를 해당 제조업체 말고는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다. 만약 해당업체가 문제가 없다고 하면 더 이상 항의를 해볼 여지도 없는 셈이다.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정비업체에 ECSS 점검을 위한 고장 진단기 등의 장비와 정비 매뉴얼과 같은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요구해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를 해결할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근심도 풀릴 길이 열렸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해당 법안은 차량 ECSS 정보를 교통안전공단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에 따라 법안이 시행되는 오는 7월부터는 자신의 차량 ECSS에 문제가 있다고 여길 경우 해당 제조사가 아닌 교통안전공단에 찾아가면 된다. 정부 관계자는 “오작동 의심 첨단장비를 해당 제조사에서 조사해달라고 하는 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소비자들은 대신 공공기관인 교통안전공단에서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앞으로 교통안전공단에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ECSS를 점검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차량 구입시 아예 제조업체의 판매 혜택처럼 ECSS 무상 점검을 교통안전공단에서 보장받거나 아니면 소비자가 원할 때 임의로 점검을 받을 수 있는 옵션 형식을 택하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ECSS의 가장 기본시스템인 에어백과 ABS, 차체자세제어장치(ESP) 등 세 가지는 최소한의 의무 점검대상으로 넣고 나머지 장치들은 소비자가 돈을 내고 추가로 점검을 받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자동차 제조사들의 ECSS 정보 공개가 이미 시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ECSS 정보를 정비기관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바 있다. 유럽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독일이 지난해 5월부터 관련법 시행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2018년 5월 이후에는 EU 모든 회원국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법안에서 ECSS 정보에 대한 의무 제공대상이 교통안전공단으로만 한정됐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5년 기준 자동차 안전검사 실적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이뤄진 1,057만 건의 안전검사 중 민간정비업체와 교통안전공단이 각각 나눠 맡은 비율은 7대 3이다. 민간업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때문에 ECSS 점검이 대중화하려면 민간정비업체에 ECSS 정보가 무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의 첨단 기술을 민간정비업체와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며 “교통안전공단에서도 자동차 안전검사에만 국한해 ECSS 정보를 공익 목적으로만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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