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구속 이후 첫 대면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최측근이었다가 폭로의 중심에 선 전 더블루K이사 고영태(41)씨가 6일 열리는 최씨 재판에 출석한다. 고씨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의 증인 출석 요구를 두 차례 거부한 상황이어서 최씨 재판에 나오는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5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고씨는 6일 열리는 최씨의 국정농단 관련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달했다. 그가 법정에 선다면 최씨가 지난해 11월 구속된 이후 두 사람의 첫 대면이 이뤄진다. 고씨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억측이 난무했다. 헌재가 지난달 열린 6ㆍ9차 변론 기일에 증인으로 불렀지만 증인 소환장 수령마저 피해가며 불출석해 신변 우려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응한 사실이 확인되자 법조계에선 고씨가 자신에 대한 공세를 펴는 최씨와 박 대통령 변호인단에 맞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 사유에 초점이 맞춰진 헌재 심리보단 최씨 비리를 판단하는 법원에서 자신의 증언이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최씨와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이미 헌재에서 자신을 생채기낸 상황에서 같은 자리에서 맞대응에 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지난달 16일 헌재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고영태의 증언 자체는 완전 조작이다”고 못박았고, “최씨와 고씨는 내연관계로 보였다”는 차은택(48)씨의 발언(지난달 23일ㆍ8차 변론기일) 이후 박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1일ㆍ10차변론)이라며 대통령 탄핵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보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폭로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선 고씨가 최씨의 비리 혐의를 재판하는 법원에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씨는 9일 열릴 헌재 변론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여서 법원 출석에 이어 헌재에도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다. 그간 고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던 헌재는 그가 법원에 나올 경우 증인소환장을 법정에서 전달하는 방법을 놓고 법원과 협의를 마친 상황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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