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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안희정의 오판

입력
2017.0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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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정치인 안희정’으로 새로 태어난 건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서였다. 노무현 당선의 일등공신이었으나 불법 대선자금의 책임을 떠안고 감옥살이를 한 뒤 참여정부에서는 어떤 역할도 맡지 못했던 터였다.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있던 노 대통령은 안희정의 정치 시작을 알리는 출판기념회에 축하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안희정씨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고생만 시켰다”며 노무현은 시종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대장’이 우는 장면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안희정은 행사장에서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 안희정은 살아온 궤적으로 볼 때 전형적인 진보좌파다. 청소년시절 혁명에 심취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마쳤고, 대학 재학 중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수 차례 투옥됐다.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인 그가 달라진 것은 2010년 충남지사에 오르면서다. 이념과 진영논리 보다는 포용과 통합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식민지, 쿠데타, 분단, 독재, 좌우갈등의 모든 역사를 하나로 통합해낼 수 있는 리더십이 21세기 대한민국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대교체’와 함께 ‘50대 기수론’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다.

▦ ‘사드 배치 결정 존중’‘녹색성장과 창조경제 계승’‘시혜 정치와 포퓰리즘 청산’등으로 연일 중도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선 안 지사가 새누리당도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는 ‘대연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며 노무현까지 끌어들였다. 진보진영에서 반발이 거세자 안 지사는 “박근혜, 최순실을 용서하자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 많다.

▦ 안희정은 2005년 1월 노 대통령이 대연정 구상을 털어놨을 때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당시 이광재와 자신 등 핵심 측근 몇 명을 불러 의견을 묻자 “저쪽에서 받지 않을 거고 우리 내부에서도 엄청 분란이 클 것”이라며 반발했다. 노무현의 대연정 구상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의 반대 급부로 제시됐음은 누구보다 안 지사가 잘 알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연정의 대상이 아닌 심판의 대상이다. ‘노무현의 적자’를 자임하는 그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실망시키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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