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들은 ‘수동태를 피하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대학과 성인이 되어서도 수동태는 금지 항목으로 듣는다. 쉬운 문장 몇 가지를 살펴보자. ‘I go to the school’을 수동태로 고치면 ‘The school is gone to by me’가 되고 ‘I write with the pen’문장은 ‘The pen is written with by me’가 된다. 문법 구조상 오류가 아니지만 막상 해석해보면 ‘그 학교는 나에 의해서 가게 된다’ ‘그 펜은 나에 의해서 도구로 쓰여진다’는 웃지 못할 문장이 된다.
수 백 년 된 기록에서도 ‘Thomas Jefferson’s support of the new Constitution was documented in a letter to James Madison’같은 문장이 쓰였는데 여기에서도 ‘Thomas Jefferson documented his support of the new Constitution in a letter to James Madison’처럼 능동태가 훨씬 나은 것을 말할 것도 없다. ‘Arms were seized by police’보다는 ‘Police seized arms’가 간단명료하다. 이런 지적은 수동태의 특징이 구조상 문제가 없음에도 의미 전달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문학이나 신문기사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신문기사에 나오는 문장을 보면 정치인들은 곧잘 ‘이번 사태로 실수가 있었다(Mistakes were made)’고 말하는데 이는 ‘I made a mistake’ 문장과 비교하면 교묘하고 애매하기 짝이 없다. 전자에서는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비슷한 예로 ‘The statements will be produced on Thursday(진술 내용이 목요일 나올 겁니다)’ 문장보다는 ‘I will produce the statements on Thursday’ 문장이 좀 더 명쾌하게 의미가 전달된다. 수동태는 행위자와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스 기사에서 ‘The case was dropped against a security guard by the prosecutors(그 경비에 대한 사건은 검찰에 의해 불기소 처분되었다)’와 ‘Prosecutors dropped their case against a security guard’를 비교했을 때 후자가 의미 전달에서 나은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신문기사에서는 ‘The suspect arrived at the Nichols home and found her husband there with Mrs. Nichols’문장 때문에 명예소송이 이어진 적도 있다. 40세 여성이 Nichols집에 가보니 남편이 그 집 부인과 함께 있어서 총질을 했다는 것인데 불륜 현장처럼 느낄 수 있는 문장 때문에 언론이 피소된 것이다.
보고서나 논문에서는 유난히 수동태가 많고 특히 과학이나 기술 관련 분야에서는 이 현상이 뚜렷하다. 행위자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능동태보다는 수동태가 편리하고 타당한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편집위원들과 전문가들은 수동태를 피하라고 말한다. 수동태를 쓰는 것이 항상 잘못된 것도 아니고 죄는 아니지만 오용 남용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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