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물이 불안스럽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어렵고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소방능력으로는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해도 최고 17층까지만 진화가 가능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다. 4일 경기 화성 동탄 신도시 66층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 부속 상가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4층짜리 상가 건물 3층에 있던 어린이 놀이시설 철거작업 도중 불이 난 것이다. 산소절단기 장비와 가스용기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용접과정에서 불꽃이 가연성 소재에 튀어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설비업자가 용접 안전매뉴얼을 지켰는지 제대로 살펴야 할 것이다. 안전매뉴얼에는 용접할 때는 분말소화기와 불티받이 포, 모래 양동이, 화기 감시자 등을 배치하게 되어있으나, 설비업자들이 이를 지키는 경우는 잘 없다. 인건비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해서다. 이 같은 안전소홀과 불감증은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용접 관련 화재만 한해 1,075건에 달한다. 다행히 메타폴리스는 상가와 주거시설이 분리되어있어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긴급방송을 듣고 대피한 고층 거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초고층 건물에 대한 철저한 소방안전 점검이 시급하다. 2012년 기준 전국 3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1,020개 동에 이른다. 이후에도 초고층 건물은 우후죽순으로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사고도 잦다.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는 신축 중이던 2014년 4월 47층 용접기 보관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또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건물 화재 때는 4층에서 시작된 불이 불과 20여분 만에 37층까지 번지면서 영화 ‘타워링’을 연상시켰다. 이 화재는 불법 용도 변경한 미화원 탈의실에서 문어발식 콘센트를 쓰다가 전기 스파크가 생겨 일어났다.
이번 동탄 주상복합건물 화재 사건을 계기로 초고층 건물 방화시설을 전면 재점검하고 미비한 소방법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초고층 건물이 급증하지만, 소방법과 소방설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내부에 첨단 안전시설을 갖추고 주민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특히 주민을 상대로 화재 발생시 대피 매뉴얼을 보급하고, 정기 훈련을 의무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생명이 걸린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