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9300만명 가입 넷플릭스
출시 1년 6만~8만명 가입 초라
콘텐츠·가격 경쟁력 등 앞세운
토종 왓챠는 1년 만에 64만명 돌파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잇따라 국내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기대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가격 경쟁력과 ‘한국형 콘텐츠’를 무기로 한 국내 토종 업체들의 장악력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인터넷 동영상 기업인 넷플릭스가 확보한 국내 가입자 규모는 6만~8만명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 전 세계 가입자가 9,3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월 국내 서비스 개시 후 1년간의 실적은 초라한 셈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유튜브가 ‘유튜브 레드’를 한국에 출시했고 지난달에는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역시 반향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 업체들의 서비스는 모두 일정 요금을 지불하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에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오버더톱(OTT) 상품이다.
한국은 무선 데이터 소모량 중 영상 시청 비중이 가장 높을 정도로 초고속 인터넷 기반이 탄탄하게 구축돼 있는 시장이다. 지난해 12월 한달 간 국내 휴대폰 이용자가 동영상 시청에 쓴 데이터만 3,091.4테라바이트(전체 데이터 소비량의 56.1%)에 달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뛰어든 것도 OTT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본 이유가 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6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4,884억원으로 전년(3,178억원)보다 53.7% 급증했다. 2020년에는 7,801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국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앞세워 토종 업체들이 이미 입지를 다져놓은 탓에 해외 업체들이 뚫어야 할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 SK텔레콤(Btv 모바일), KT(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유플릭스) 등 이동통신3사는 일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에게는 OTT 콘텐츠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CJ E&M의 ‘티빙’은 1월부터 tvN, Mnet, 온스타일, 투니버스 등 실시간 TV 채널 153개를 무료로 전환했다.
특히 월정액 4,900원에 2만여편의 영상을 무제한 시청할 수 있어 ‘한국판 넷플릭스’로 주목받은 ‘왓챠플레이’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가입자가 64만명을 돌파했다.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이용 시간은 197분으로 넷플릭스 41분의 5배에 육박했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콘텐츠당 수십만건에 달하는 시청자 평점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으로 영상을 추천하는 기술력이 앞서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해외 업체들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는 해외 드라마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중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는 콘텐츠는 40여개에 불과하다. 가격 역시 1만원 안팎으로 비싼 편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OTT 이용자 중 매월 돈을 지불하는 고객은 5%도 못 미칠 정도로 유료 영상 시청 서비스에 거부감이 있어 해외 업체들의 가격 정책으로는 점유율을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해외 업체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고품질의 영상을 직접 제작해 해외 시장에 판매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국내 업체들도 가격뿐 아니라 콘텐츠 차별화로 수익 모델 고도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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