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도 바통을 여자에게 넘겨준 적이 없다.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31ㆍ자메이카)가 활짝 웃었다.
4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레이크시티에서 ‘제1회 니트로 육상대회’가 열렸다.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대회였다.
기존 육상과 완전히 다른 12개 종목이 포함됐다. 60m 달리기, 메들리 계주, 100m 허들, 3분 거리 도전(Three-minute distance challenge), 1마일 경기, 시드가 있는 패러(장애) 100m, 150m 달리기,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지는 멀리뛰기, 혼성 2인X300m 계주, 팀 장대높이뛰기, 목표물에 창던지기, 혼성 4X100m 계주 등이다.
대회 개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마크 아라비 호주 육상 대표는 “니트로 육상은 기존의 전통적인 육상과 다르다. 단거리와 장거리, 필드와 트랙, 장애 육상을 통틀어 힘과 기술, 팀워크를 모두 아우르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다”며 “육상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호주에서 세계 육상의 변혁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바스찬 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도 “육상은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스포츠지만 매력을 더 발산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니트로 육상의 새로운 시도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회 홍보와 흥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선수는 역시 볼트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400m 계주 은메달리스트인 호주 육상선수 출신인 존 스테펜슨은 “모든 이벤트에는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필요하다. 스포츠에서 가장 큰 이름은 볼트다”라고 말했다.
볼트 역시 자신의 이름을 기꺼이 홍보용으로 빌려줬을 뿐 아니라 아예 ‘볼트 올스타 팀’의 주장으로 출전했다. 볼트 올스타 팀은 그의 자메이카 팀 동료인 아사파 파월과 마이클 프라터 그리고 미국의 여성 스프린터 예나 프랜디니로 구성됐다. 이 밖에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일본 등 6팀이 참가했다.
대회 첫 날인 4일 가장 눈길을 끈 종목은 혼성 400m 계주였다.
볼트는 올스타 팀의 두 번째 주자로 나섰다. 파월에게 바통을 받은 뒤 전력 질주해 다음 주자 프랜디니에게 바통을 넘겼다. 볼트가 다른 국적의, 여자 선수와 한 팀을 이뤄 달린 건 처음이다. 그는 레이스를 마친 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혼성 계주에 참가해 직접 뛰는 것도, 새로운 종목에서 다른 선수들이 놀라운 시도를 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며 “더 놀랍고 즐거운 장면은 다음 주에도 펼쳐진다”고 예고했다.
볼트 올스타팀은 대회 첫날 1,080점을 얻어 선두로 올라섰다. 호주(1,050점), 중국(845점), 일본(810점), 뉴질랜드(795점)와 영국(735점)이 뒤를 이었다. 이번 대회는 9일과 11일 다시 열린다.
니트로 육상이 볼트의 향후 진로와 관련 있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는 올 8월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 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와 ‘봉사’ 등을 강조해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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