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컨트리 대표팀 ‘맏언니’ 이채원(36ㆍ평창군청)은 나이도 있고, 가족도 있는 엄마다. 1997년 평창 대화고 1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고 크로스컨트리 외길을 걷는 동안 2012년 출산 휴가로 쉰 것을 제외하면 앞만 보고 눈밭을 달렸다. 동계올림픽 출전만 네 차례, 전국 동계체전 금메달만 61개를 획득했다. 지금도 국내 대회는 나갔다 하면 1등이다.
선수로 더 이룰 것이 없을 법도 한데 오늘도 묵묵히 오르막, 내리막이 섞인 설원을 질주한다. 이유는 자신의 고향 평창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수생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이채원은 “평창 올림픽에 출전 한다는 자체만으로 정말 감격스럽고 영광”이라며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성적을 다시 한번 뛰어 넘고 싶다. 포디엄(시상대)에 올라 가는 게 꿈이자 염원”이라고 간절함을 내비쳤다.
이채원이 세계와 격차를 좁혀가며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여자 스키애슬론 15㎞에서 46분2초7로 12위에 올랐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기량을 겨루는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29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이채원은 강한 지구력을 뽐내며 선두권에서 경기를 펼쳤고, 12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계 수준과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고향에서 펼쳐진 첫 월드컵에서 종전 최고 성적(2015년 스위스 다보스 월드컵 43위)을 가뿐히 뛰어 넘는 성과를 냈다.
이채원은 경기 후 “나도 이렇게까지 할지 몰랐다”며 “비록 (이번 시즌) 일부 톱랭커 선수가 안 왔지만 월드컵 12위가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향에서 치른 첫 월드컵이자 선수로 뛰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장소에서 레이스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하는 월드컵이라 조금 부담도 됐다”면서 “코스는 외국 못지않게 힘들다. 쉴 구간이 없지만 그래도 최고의 코스”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회 우승은 43분54초7을 기록한 유스티나 코발치크(34ㆍ폴란드)에게 돌아갔다. 코발치크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월드 스타다. 이번 시즌 자신의 첫 월드컵 우승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전망도 밝혔다. 2위는 엘리자베스 스티븐(미국ㆍ44분50초7), 3위는 마사코 이시다(일본ㆍ45분09초5)가 차지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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