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재산다툼을 하던 남매가 멀쩡한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가 인신보호재판을 청구한 후에야 아버지가 풀려나는 사건이 있었다. 최근 노숙인 보호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정신질환자 폭행과 재소자 사망사건 관련해 관계자들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매년 국가인권위위원회에서 정신질환자 인권침해와 관련해 권고 등 인용 결정을 내리는 건수는 80여 건에 달한다.
1987년 ‘형제 복지원’사건 이후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수용시설에 갇혀 인권이 말살되는 비참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 정부가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한 결과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됐고, 정신질환자의 입원 절차에 대한 조항도 신설됐다.
그러나 가족의 동의와 정신과 의사 1명의 진단만으로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는 입원 절차는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20여 년간 상속ㆍ유산 등 재산 다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 정상인이나 경증환자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는 인권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 입원에 대해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대만 일본에서는 유엔의 원칙에 따라 입원 시 정신과전문의 2명 이상의 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법원이나 위원회 등 독립적인 기구에서 강제 입원을 심사한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점 개선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을 2014년 1월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2년여 간의 논란 끝에 지난해 5월 통과됐다. 지난해 9월에는 헌법재판소가 종전 규정에 따른 강제입원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강제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사회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고 악용 가능성을 방지하는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5월 시행되는 정신보건법은 강제입원의 요건과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강제입원 시에는 다음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서로 다른 의료기관의 전문의 2명이 입원 적합 판정을 해야 2주 이상 입원할 수 있다. 둘째, 법조인이나 정신과의사 등이 포함된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계속해서 입원이 가능하다. 셋째, 입원 후 계속 입원 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간을 현행 입원 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여 입원 심사를 강화하였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새로운 제도 시행을 준비해왔다. 현재 입원 중인 8만여 명 중 3개월 이상 입원자를 재심사해야 하고, 이후 심사를 위해 연간 10만 여건 이상의 사례판정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립병원 전문의와 공중보건의사를 우선 투입하고 민간 의료기관을 지정하여 부족한 인력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민간병원을 지정할 때는 ‘판정수가’를 신설해 보장하고, 판정에 참여하는 의사를 법적 책임과 송사로부터 보호하는 방안도 마련하는 등 의료진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구할 것이다. 시설 종사자의 근무여건과 처우개선 노력도 계속하겠다.
한편 현장의 강제입원 서류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따르는 꼭 필요한 서류는 강화하고 불필요한 서류는 최소화하고자 한다.
매번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해왔다. 강제입원 절차가 강화되면서 의료계와 시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보완조치를 통해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제도가 한 단계 개선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가니’ ‘날 보러 와요’ 같은 영화가 더 이상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이번에 반드시 해내야 한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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