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통합’ 안희정 ‘시대교체’
이재명 ‘개혁완수’ 안철수 ‘미래’
야권 내부 경쟁 갈수록 치열
유승민 ‘정의’ 남경필 ‘세대교체’
범여권 후보들도 대립각 세워
조기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여야 주자들의 슬로건 경쟁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대체로는 강한 정권심판 분위기 속에서 여야를 떠나 ‘교체’를 내세우는 주자들이 많다. 하지만 야권 내부경쟁에서는 차별화 싸움이 치열하다.
야권 주자들의 문재인 대세론 허물기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국민통합’을 전면에 내걸었다. 문 전 대표는 요즘 방문하는 곳마다 “사상 처음으로 영ㆍ호남 모두의 지지를 받아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권 가도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외연확장을 통해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3일 “대세론을 말하기에 조심스럽지만 이제 메시지나 인재 영입 등에 있어서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시대교체’를 외치고 있다. 안 지사는 2일 당내 경선 예비후보 등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교체를 향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정권교체 이상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역전극을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이다. 대연정 카드를 꺼내든 것도 시대교체의 한 방편이다.
촛불민심으로 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개혁완수’를 모토로 하고 있다. 이 시장은 촛불정국 이후 “야권이 힘을 합쳐 국가 대개혁을 완수하라는 촛불 명령에 끝까지 복무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명한 진보 색채로 승부를 걸고 있는 이 시장은 촛불로 촉발된 개혁 민심을 완수할 수 있는 후보는 자신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를 두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와 양강 구도에 승부를 걸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미래’를 앞세우고 있다. 야권으로 기울어진 대선 판이긴 하지만 유권자 표심은 정권교체를 넘어 미래를 제대로 이끌어 갈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는 2일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누가 더 대한민국을 개혁할 적임자인지, 누가 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적임자인지를 묻게 되는 순간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유승민과 남경필 쟁투
범여권에선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쟁투가 치열하다.
유 의원이 내세우는 슬로건은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용감한 개혁’이다. 특히 ‘안보는 철저히 보수’에다, 경제ㆍ사회ㆍ복지 정책은 ‘개혁 노선’을 지향하면서 보수를 기반으로 중도까지 표심 확대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과거 연설에서 그는 자신이 꿈꾸는 ‘정의로운 세상’을 헌법의 가치가 실현되는 민주공화국 그리고 양극화와 불공평, 불공정이 없는 따뜻한 공동체로 규정했다. 출사표를 낸 이후엔 ‘육아휴직 3년법’, ‘칼퇴근법’을 잇달아 공약으로 내놓으며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관련해선 철저히 강경 보수 노선을 걷고, 최근엔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 후보 단일론’을 주장하면서 보수 표밭을 다지고 있다.
52세로 대선주자들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남 지사는 ‘세대교체’를 주장한다. 남 지사는 “권력을 독점, 사유화하고 그래서 패권을 만드는 낡은 정치를 버리고 권력을 공유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새로운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남 지사는 경기지사로서 야권과 연정 실험을 경험한 것도 강점이다. “보수, 진보를 가르는 진영 논리를 넘어서 보수와 진보가 중간지대에서 만나 정책연합을 할 수 있는 게 새 시대의 새 정치”라는 것이다. 남 지사 측은 유 의원의 ‘보수 후보 단일론’에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교체 대상인 새누리당과 연대가 어떻게 가능하냐”며 날을 세우고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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