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개인 13명ㆍ단체 12곳 제재 발표
이란 “근거 없는 상습 도발” 반발
日 통신 “신형 미사일 北 ‘무수단’과 동형”
北 도발 때 美 대응의 바로미터
미국이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에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이란 강경 방침을 천명하면서 지난해 핵협상 이후 온기가 감돌던 미ㆍ이란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3일 이란 미사일 발사에 연루된 개인 13명과 단체 12곳을 제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제재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제재 대상 중 17곳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군사조치를 언급하는 등 이란의 무력 도발에 강경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이날도 트위터에 “이란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 그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얼마나 친절했는지 고마워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고강도 대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전날에는 “군사조치를 포함해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도 브리핑에서 “이란은 핵협정을 체결해 준 미국에 감사하는 대신 오히려 대담해지고 있다”며 맹비난 했다.
추가 제재가 현실화하면서 이란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이란은 미국이 미사일 시험 발사에 경고장을 날리자 “근거 없는 상습 도발”이라고 맞받았다.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이란 최고지도자 수석보좌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미숙한 사람이 이란을 위협한 게 처음도 아니고 쓸모 없는 짓이란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이란과의 핵협상을 폐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이란이 핵 무기에 들어가는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핵협상을 체결했으나 트럼프는 이를 “나쁜 계약”이라며 몰아 부쳤다. 이란 측도 추가 제재를 핵협상 파기로 간주하는 분위기여서 다시 핵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이란 강경책은 향후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 측의 대응 수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례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3일 “이란이 지난달 말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북한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과 동형이라는 견해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과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협력한 사실이 확인되면 미국의 대북 제재 수위도 한층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미국의 적’으로 규정하는 등 이미 강경한 대북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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