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배치 거듭 강조, 시점은 논의 안 해
롯데, 부지 교환 이사회 결론 못 내려
트럼프정부 첫 장관 회담… 한반도 방위공약 재확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올해 안에 배치하려는 한미 양국의 구상이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을 가늠하는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드가 차기 대선의 핵심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계획대로 배치를 완료해 한미동맹을 더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지, 아니면 중국의 반발에 발목이 잡힐지를 놓고 차기 정부가 상당한 딜레마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키워드는 ‘사드 배치’로 집약된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1박2일의 방한 기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우리 측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연거푸 강조한 것은 단연 사드 배치였다. 비록 전임 오바마정부에서 합의된 사안이지만, 매티스 장관이 사드 배치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트럼프정부 한미동맹의 핵심 의제로 중요성이 부쩍 높아졌다.
회담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 조치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한민구 장관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우리 측의 경제ㆍ문화 분야 상황을 매티스 장관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회담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같은 취지의 우려를 매티스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본보 2월 3일자 1면) 사드를 고리로 중국을 향해 한미 양국이 맞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다만 양측은 구체적인 사드 배치 시점은 다루지 않았다. 국방부는 “양 장관이 구체적인 배치 일정을 논의하지는 않았다”며 “당초 계획대로 올 7~9월에 배치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으로 4~5월 조기 대선이 치러져 차기 정부가 출범한다면 곧바로 사드 배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사드 배치 재검토를 주장해온 야권의 집권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한미동맹 강화와 중국의 반발을 조율해야 할 외교적 숙제를 안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사드 배치 부지를 소유한 롯데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군 소유 부지와 교환할지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 소식통은 “롯데가 앞으로 이사회를 여러 차례 더 열 것”이라며 “한미 국방장관이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더라도 롯데가 계속 버틸 경우 배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기존의 확고한 대북공조를 재확인했다. 이로써 동맹의 압도적 군사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힘의 우위’ 기조는 순탄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양측은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 또는 배치를 포함해 실질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표현만 놓고 보면 지난해 12월 제1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에서 전략자산의 ‘정례적(regular)’ 배치라고 합의한 내용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수시로 투입한다는 의미다. 전략자산의 ‘상시(permanent)’ 배치를 요구해 온 우리로서는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양국 장관이 내달 초 시작하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예년보다 강화해 시행하기로 한 만큼, 미국이 조만간 전략자산을 추가로 한반도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측은 지난해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에 맞서 괌 기지에서 B-52, B-1B폭격기를 출격시킨 전례가 있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장관은 취임 후 북핵 문제를 가장 먼저 보고 받았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핵 위협은 매티스 장관이 밝힌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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