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저 의혹 때도 수색 못해
靑 ‘기밀’ 자의적 해석 논란 많아
강제수사 제한적 허용 목소리 커
3일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번에도 불발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밀을 앞세워 자기 보호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국가기밀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기준을 통해 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져 ‘청와대 성역화’를 일부라도 무너뜨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로 명시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청와대 경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청와대와의 대치 끝에 5시간 만에 철수했다. 청와대는 군사보안시설이고 공무상 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10조)는 내용의 불승인 사유서를 제시했다.
청와대는 과거에도 수사기관이 넘지 못한 장벽이었다. 경내 진입을 저지하는 청와대의 법 논리 또한 지금과 하나도 다른 게 없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결국 청와대가 건네주는 자료만 받아왔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을 수사하던 이광범 특검도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 측과 만나 경호처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았다. 2005년 ‘유전개발 의혹’을 수사하던 특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가기밀이 아닌 대상까지 법 조항에 기대어 거부하는 청와대 논리가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국가기밀을 지키는 한편 청와대에 대한 강제수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형법학 교수는 “법 개정을 통해 특별한 경우에는 압수수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구체적 예시를 들거나, 반대로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상세한 근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론 수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없지는 않다. 한 원로 법학자는 “한시적인 사안을 수사하기 위해 장구한 관점에서 관리할 국가기밀을 공개하는 선례가 생기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청와대가 제시한 불승인 사유서에 대해 행정소송이나 가처분신청 등이 가능한지 검토했지만 법리 검토를 거쳐 현재로서는 어려운 것으로 결론 지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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