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왼쪽 팔목 잃은 30代에
혈액순환 원활… 1주일 지켜봐야
면역억제제 등 의료보험 불확실
장기이식법 정비 등 과제로
“아침에 살펴보다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하니 가볍게 움직였다. 2, 3번째 손가락도 살짝. 수술 성공여부 여부를 판가름하는 첫째 척도인 혈액의 흐름도 원활했다.“
2일 오후부터 10시간에 걸쳐 시도된 국내 최초의 팔 이식수술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세계에서도 성공사례가 70여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수술로, 국내 의료 기술의 진보라는 평가와 함께 관련법 정비, 의료보험 적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수술을 집도한 우상현(56) 대구W(더블유)병원장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수술은 일단 성공적”이라면서도 “완전한 성공 여부는 1주일 가량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수술은 1년 반 전에 사고로 왼쪽 팔목 아래를 잃은 35세 남자를 대상으로 지난 2일 오후 4시부터 3일 오전 2시까지 10시간 동안 실시됐다. 일반적으로 손가락 등 접합수술은 4, 5시간 이내에 끝나지만, 환자의 절단부위 힘줄 근육 신경 등이 뒤엉킨 채 유착이 심했고, 첫 시도인 만큼 보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오래 걸렸다. 수술에는 우 원장 등 W병원 수부세재건팀 10명과 영남대병원 이준호 성형외과교수 등 모두 25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수술은 기증 받은 팔의 혈관과 근육, 신경 등을 정돈한 뒤 수혜자의 왼쪽 팔목과 팔꿈치 사이를 뼈-근육-신경 순서로 연결하고 마지막으로 피부를 봉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식한 팔은 교통사고로 입원했다가 뇌사판정을 받은 48세 남자가 기증했다. 수술팀 관계자는 “고인은 일반적인 장기는 물론 피부나 뼈까지 기증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기증하고 영면했다”며 “기증을 결심한 고인의 부친께서 되레 ‘좋은 일에 이바지할 수 있어 기쁘다’고 해 가슴이 뭉클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수술 성공 여부는 ▦혈액순환 ▦거부반응 ▦팔 기능 회복 여부로 판가름 난다. 일단 혈액순환이 원활하고, 거부반응도 신장이식 등에 비해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술은 대구시와 영남대병원 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다. 영남대병원은 수술실과 의료진 등을, W병원도 1,500만 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지난해 2월 팔 이식 수술을 대구 대표 의료신기술 1호로 지정하고, 설명회 개최, 수혜자 및 기증자 모집 홍보, 수술비 등으로 5,000만 원을 지원했다.
산적한 과제도 적지 않다. 장기등이식에관한 법률상 이식대상 장기에 ‘팔’은 포함돼 있지 않아 수술비와 면역억제제에 대한 보험적용과 관련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술 이후에도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을 복용해야 하지만,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면 매달 100만~2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우 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수술 후 한 달 내에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 보험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는 10%의 자부담금을 내고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교적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보이지 않는 내부장기 기증은 늘고 있지만 팔 다리 등 신체 기부는 기피경향이 심해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W병원에 팔 이식 수술을 신청하고 대기중인 환자만 200여 명에 이른다.
팔 이식 수술은 1999년 미국에서 세계최초로 성공했다. 1955년 신장이식이 성공한 지 44년 만이다. 단일 세포조직이 아닌 복합조직이기 때문에 그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20여 개국에서 70여 건이 실시됐고, 아시아에선 인도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성공했다. 수술성공률은 90%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팔 이식 수술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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