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과 원금보장 등을 미끼로 1만여 명에게 1조원대 투자금을 가로챈 유사수신업체 대표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도형)는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IDS홀딩스 대표 김모(47)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데도 투자자들에 이를 알리지 않았고, 재판이 시작된 뒤에도 투자금을 계속 모집한 점을 보면 상습범에 해당한다”며 밝혔다.
김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FX마진거래(외환거래 때 생기는 환차익을 챙기는 파생거래) 사업 등에 투자하면 매달 1~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원금도 보장된다고 속여 피해자 1만2,076명으로부터 1조96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두고 피해규모가 매우 크고, 유사수신이라는 점 때문에 ‘조희팔 사건’의 재연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검찰 조사결과 김씨가 사업을 시작한 후 국내로 들어온 수익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단계 영업 프로그램 개발회사 프로그래머 출신인 김씨는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거래량을 조작하는 가짜 프로그램을 개발해 믿음을 심어줬다. 김씨는 투자자들에게 원금 및 이익금 4,800여억원을 돌려준 적은 있지만 이는 전부 ‘돌려 막기’로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정상적인 투자로 인한 수익금을 지급 받았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돈만 투자한 채 눈은 가려져 있어 자신은 수익금을 잘 받을 줄 알았지만 실체가 공개되니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는 고율의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상당기간 범행을 벌였다”며 “재투자 방식으로 이뤄지고 본인과 가족, 지인들까지 소개해서 피해가 훨씬 커졌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과거 같은 수법으로 670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된 바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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