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에 임원 7명 이름
개인 비위ㆍ특이경력 등 상세히
“국정원 포스코 담당 정보관이
해당 정보 수집” 진술 확보
최순실도 수백쪽 포스코 문서
국정원이나 청와대 통해 확보한듯
특검, 사실관계 확인 나서
![최순실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체포영장이 집행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newsimg.hankookilbo.com/2017/02/03/201702030478696142_1.jpg)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청와대의 포스코그룹 인사 개입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수집한 포스코 내부 정보가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인 최씨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이 박영수(65) 특별검사팀에 포착됐다.
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분석 과정에서 국정원과 최씨가 연결돼 있다고 볼 만한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압수한 안 전 수석의 업무용 포켓수첩 17권 가운데, 2015년 12월 3일~16일 작성한 수첩의 마지막 장에는 포스코 임원 7명의 이름과 함께 개인비위나 특이경력 등이 기재돼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첩 맨 끝장부터 적었던 그의 습관에 비춰, 대통령의 언급을 받아 쓴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와 관련, 포스코 간부 A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했다. 안 전 수석 수첩에 적힌 포스코 임원의 사적인 내용에 대해 A씨는 “2015년 12월 초쯤 포스코에 출입하던 국정원 정보관 이모씨에게 내가 말해 준 것으로, 해당 정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이씨에게 건넨 정보가 불과 며칠 사이에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국정원과 업무 관련성이 없는 안 전 수석에게 전해진 셈이다. 최씨의 포스코 관련 민원(포레카 인수 시도 등)이 박 대통령을 통해 안 전 수석에게 여러 차례 전달됐다는 점에서, 이 과정에도 최씨가 관여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 인사 정보가 최씨에게 통째로 넘어간 흔적도 있다. 최씨는 자신이 포스코에 심어둔 측근 김모씨를 2015~2016년 승용차 안에서 비밀리에 만나 “기밀 정보이니 참고하라”면서 약 300쪽 분량의 서류뭉치를 건넸다. 이에 대해 김씨는 본보 기자와 만나 “포스코 본사와 계열사 임원진의 개인비리나 사생활, 정치성향 등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해당 서류를 5~10분 동안 보게 한 뒤, 다시 회수해 갔다고 한다.
주목할 대목은 국정원 정보관 이씨의 당시 직속상관이 바로 최씨와의 커넥션 의혹을 받는 추모 전 국장이었다는 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다 2013년 국정원에 복귀한 추 전 국장은 2014년부터 국내정보 수집을 총괄하면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직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관련 민원을 포스코에 청탁하는 등 국정원 내 ‘최순실 라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포스코 내부 정보가 이씨→추 전 국장을 거쳐 최씨에게 직접 전달됐거나, 청와대를 통해 최씨에게 전해졌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국정원은 “추 전 국장의 비선보고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지난해 12월 초 내부감찰을 거쳐 그를 퇴직대기 발령 조치했다.
특검은 지난달 말 포스코에 근무했던 최씨의 측근 김씨도 비공개 소환, 최씨의 ‘포스코 서류뭉치’ 관련 진술까지 확보했다. 특검은 민감한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자료의 성격과 방대한 분량으로 볼 때 그 출처는 포스코가 아니라 국정원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군림했던 최씨가 청와대 루트나 추 전 국장 등을 통해 국정원이 생산한 포스코 정보를 받아 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최씨가 포스코 임원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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