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근 처리 요청하며 사퇴 안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직을 유지한 채로 지난달 16일 구속 기소된 문형표(61)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분간 무보수로 있겠다”며 결근 처리를 자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사퇴하기보다는 자리를 유지한 채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의사 표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원희 국민연금 이사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19일 수감 중인 문 이사장을 면회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문 이사장은 거취와 관련해 아무런 의사 표시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말 문 이사장은 부인을 통해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결근으로 처리해달라고 국민연금 측에 요청, 지난 1일부터 이틀째 결근인 상태다. 구속된 이후로 유급 공가와 연차를 써왔지만 다 소진하지 않고 결근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내부 소식통은 “문 이사장이 결백을 주장하며 사퇴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근 처리 요청도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함인 것 같다”고 전했다. 문 이사장은 1일 첫 공판에서도 자신의 직업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이사장이 사의 표명을 거부한다면 해임이 남은 방법이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공단의 전체 이사 11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인 4명이 해임 건의안을 이사회에 상정해야 하는데, 근로자 대표 2명과 소비자 대표 1명 등 3명 정도만 해임안 상정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이사는 문 이사장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 경영자 측 대표여서 해임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적다. 해임 건의안이 상정되더라도 이사회 통과는 더욱 장담하기 어렵다. 해임이 되려면 이사회에서 재적 이사진 과반수(6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국민연금은 이원희 이사장 직무대행 주재로 지난 1일 ‘국민연금 신뢰제고 실천결의대회’를 열고 “불법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며 법령과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며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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