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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편한 메아리’ “거리감 없는 거리 공연의 1인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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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편한 메아리’ “거리감 없는 거리 공연의 1인자죠”

입력
2017.02.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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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메아리’ 멤버들이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포즈를 취했다.
‘편한 메아리’ 멤버들이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포즈를 취했다.

5인조 밴드 ‘편한 메아리’는 지역에서 가장 핫한 인디밴드로 손꼽힌다. 2년 전부터 대구경북 전역을 누비며 줄기차게 버스킹을 하더니, 지난 여름에는 방송 관계자의 눈에 띄어 지역 민방(TBC)에 출연할 기회도 잡았다. 얼마 전엔 디지털 싱글 ‘출근길’도 내놓았다. 전체적으로 ‘볼빨간사춘기’와 톤이 비슷한 듯하지만 훨씬 흥이 넘친다. 팀의 리더인 정대근(25)은 “굳이 말하자면 똘기발랄사춘기”라고 소개하면서 “젊은 층에게는 놀자판, 어른들이 보기엔 난장판이라고 할 정도로 관객들과 신나게 어울릴 수 있는 음악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방송도 탄 만큼 이제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편한 메아리’의 롤모델이 대구에서 활동하다 전국구로 빵 뜬 ‘십센치’인데, 요즘 우리 메아리의 기세로 말하자면 우리 목표인 ‘십센치’까지 십센치(10㎝) 남은 느낌입니다!”

- 공연 좌절에 “오히려 똘기 충만”

메아리의 원년 멤버는 정대근과 박진원(33)이다. 두 사람은 2014년도 봄에 첫 버스킹을 시작했다. 구미역에서 하루 종일 기타 줄을 울렸지만 관객은 다섯 명 남짓이었다. 유명세가 답이다 싶어 방송으로 눈을 돌렸다. 슈퍼스타K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예선 탈락. 제대로 폼 잡아보기도 전에 짐을 쌌다. 얼마 후 다시 적당한 방송을 찾았다. 전통과 명성은 슈퍼스타K를 능가하지만 예선통과는 비교적 쉬운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이었다. 이번에는 반응이 괜찮았다. 달성군 편에 나가서 장려상을 탔고, 연말결선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기대하던 대로 방송 효과는 대단했다. 대구, 칠곡, 왜관 등에서 행사 섭외가 들어왔다. 드디어 길이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어요.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어요. 9회말 홈런을 쳤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연습게임 되어버린 셈이었죠.”

황망했지만 기죽지 않았다. 정대근은 “오히려 똘기로 충만해졌다”고 밝혔다. “이왕 엎친 김에 덮쳐도 보자”는 마음으로 없는 형편에 새로운 멤버 영입작업에 들어갔다.

“유명 밴드가 아니라서 영입에 어려움이 많았죠. 주로 학맥과 인맥, 그게 아니면 읍소작전으로 합류시켰습니다, 하하!”

- 읍소 작전으로 멤버 영입

제일 먼저 영입한 래퍼 이진영(29)이었다. 정대근이 학맥으로 끌어당겼다. 드럼통 연주가인 정지훈(24)은 당시 유명 인디밴드 ‘비글스’의 팀원이었다. 마침 그 즈음 ‘비글스’가 해체됐다. 이때다 싶어 잽싸게 달려가 매달렸다. 정대근의 말마따나 “처량한 눈빛 덕에” 영입에 성공했다. 신입 영입 작업의 화룡정점은 여자 멤버인 김서정(23)이었다. 버스킹 카페에 모집 공고를 올렸다. 얼마 후 연락이 왔다. 오디션을 봤다. 정대근은 “정제되지 않은, 현미 같은 순수한 목소리를 찾았는데, 서정 씨가 바로 그랬다”면서 “한 소절만 듣고도 마음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정규 보컬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 됐어요. 유튜브를 선생님 삼아 퇴근 후 빈 사무실이나 노래방 등을 전전하며 연습했죠. 인디밴드 활동하면서 실전에서 배우자는 생각으로 ‘편한 메아리’에 들어왔어요.”

다섯 명이 뭉치니 없던 자신감이 생겼다. 돈이 되든 안 되든 자리만 나면 어디든 몰려갔다. 거리, 공연장, 축제장, 심지어 지인의 결혼식까지 공연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 거절하지 않았다. 멤버들은 이구동성으로 2016년 여름에 해운대에서 펼친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관객에게 “미쳤다” 소리 들은 사연

해운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자정이었다. 오전 7시까지 노래를 불렀다. 무려 7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연을 한 거였다. 공연 후 악기를 정리하는데, 공연을 보면서 신나게 놀았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 들렸다.

“밤새도록 정말 잘 노네. 완전 미친놈들이야!”

멤버들은 “더 없는 칭찬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어느 분이 ‘편한 메아리 공연은 한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보고 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뭔가 푹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한 마디로 미친 매력이죠!”

‘편한 메아리’의 새해 목표는 지난해와 다를 바 없다. 이구동성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정대근은 “무대가 곧 희망이자 소망”이라면서 “메르스나 세월호 참사처럼 나라에 큰 사태만 나지 않으면 별 탈 없이 2017년에도 희망성취 할 것 같다”고 했다.

“대(大)밴드들은 공연불경기가 닥쳐도 별 영향이 없지만, 우리 같은 지역의 중소밴드는 곧장 타격이 옵니다. 무대가 없어지니까요. 민족중흥과 나라의 융성으로 무대가 더 많아지는 것이 우리의 한결같은 소망입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배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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