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ㆍ화학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체인 에쓰오일과 석유화학업체 롯데케미칼, 첨단섬유기업인 효성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2일 일제히 밝혔다.
에쓰오일은 2016년 한 해 매출 16조3,218억원, 영업이익 1조6,929억원, 순이익 1조2,622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1976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2015년과 비교해 전체 매출은 8.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07.1%가 늘고 순이익은 99.9% 확대됐다. 유가상승, 재고 평가이익 등으로 정유부문 수익성을 개선한 점도 주요 요인이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한 비정유부문(석유화학, 윤활기유)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수출 증대와 생산효율성을 끌어올린 노력도 한몫 했다.
롯데케미칼은 주요 화학제품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2조5,47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5년 세운 기록(1조 6,111억원)을 갈아치웠다. 실적 경신은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조 8,107억원을 기록하며 예고됐던 일이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12.9% 증가한 13조 2,235억원, 당기순이익 역시 81.3% 늘어난 1조 7,962억원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개선의 요인으로 “제품 마진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뺀 것) 개선과 롯데첨단소재 인수 효과”를 들었다.
효성도 1966년 창사 이래 5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효성은 지난해 매출 11조9,291억원, 영업이익 1조163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도 사상 최대치인 8.5%를 나타냈다. 연간 매출은 전년과 비교할 때 4.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7.0% 늘었다.
에쓰오일과 효성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주력한 결과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에쓰오일은 파라자일렌(PX)과 고품질 윤활기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이 효자 노릇을 했다. 효성은 섬유 소재인 ‘스판덱스’, 자동차 타이어의 핵심 보강제인 ‘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1위 제품을 중심으로 섬유, 산업자재, 중공업, 화학 등 전 사업 부분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범용제품이 주력인 롯데케미칼은 원가를 낮춰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며 실적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였지만 환율 상승에 폴리에틸렌(PE)ㆍ폴리프로필렌(PP), 화학섬유 원료인 에틸렌 글리콜(MEG), 부타디엔(BD) 등 에틸렌 계열 제품의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3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증권가는 파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및 석유화학회사들의 잇따른 실적 고공행진은 최근 몇년간 영업이익률이 높은 제품 비중 확대에 주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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