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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스톱’ 찾아 삼만리, 왜 우리 집 근처는 허허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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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스톱’ 찾아 삼만리, 왜 우리 집 근처는 허허벌판?

입력
2017.02.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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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가 지난 24일 국내 출시 된 이후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2일 기준 810만여명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다운로드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지도 문제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작년 7월에 포켓몬 고가 출시된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한국판에서는 구글 지도가 아닌 ‘오픈 스트리트 맵’(OSM)이 사용되었다.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상세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오픈소스 지도를 사용한 것이다.

오픈 스트리트 맵 편집하면 우리 마을에도 길이 생긴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2004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지도 서비스로,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해서 함께 지도를 완성해나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성된 지도 데이터는 오픈 라이선스를 통해 개인, 기업, 국가 등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그 목적과 서비스 방식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비어 있는 지역에는 새로운 지도 데이터를 기재하고, 새로운 건물과 도로가 들어오면 그에 맞춰 수정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오픈 스트리트 맵은 약 300만명의 사용자가 회원으로 가입해 지도 작성자로 활동 중이다.

국가가 직접 회원으로 참여한 경우도 있는데,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은 오픈 스트리트 맵의 회원으로 가입한 후, 국방정보를 제외한 미국 내 모든 지도 데이터를 오픈 스트리트 맵에 제공했다. 이렇게 국가가 직접 데이터를 제공한 경우 지도의 정확도가 매우 뛰어나며 구글 맵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아직 오픈 스트리트 맵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편집하는 사용자가 많지 않다. 번화가에는 ‘포켓스톱’이 많고 지도가 비교적 상세하지만,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게임을 실행하면 도로나 골목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허허벌판처럼 표시되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이유다. 지방일수록 오픈 스트리트 맵 서비스 사용자가 적기 때문이다.

(좌)경상북도 고령군 (우)서울 숭례문 부근이다. 좌측의 지도에는 큰길만 표시될 뿐 주변에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지만 우측의 지도에는 골목길과 주요 건물까지 나타나 있다.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 실행화면 캡처
(좌)경상북도 고령군 (우)서울 숭례문 부근이다. 좌측의 지도에는 큰길만 표시될 뿐 주변에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지만 우측의 지도에는 골목길과 주요 건물까지 나타나 있다.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 실행화면 캡처

포켓스톱 추가 등록은 어려워

도심지에는 몬스터 볼과 같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포켓스톱이 밀집해 있지만, 외곽지역에는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수가 적어 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포켓스톱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설명하는 ‘포세권’(포켓몬+역세권), ‘포수저’(포켓몬+금수저)와 같은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설 연휴에 시골집에 내려간 대학생 최유정(21)씨는 “시골에 내려가서 포켓몬 고를 실컷 하려 했는데, 포켓스톱을 찾을 수 없어 결국 ‘현질’(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켓스톱을 찾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20분이나 나가야 해서 집 근처에 포켓스톱을 새로 등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고 덧붙였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앤틱은 자사의 위치기반게임(LBS) 게임 ‘인그레스’의 GPS 정보를 많이 활용했다고 외신 C넷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인그레스 사용자가 과거 특정 지점을 게임의 거점인 '포털'로 정해놓으면 이곳을 포켓몬고의 포켓스톱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포켓몬고 한국판도 인그레스의 포털 위치를 고스란히 옮겨 포켓스톱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앤틱은 사용자들에게 직접 희망 지역을 신청 받아 심사를 거쳐 신설해주기도 하였는데, 작년 7월 말부터 해당 서비스를 중지한 상태이다. 언제 다시 신청을 재개할 것인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나이앤틱 사는 당분간 체육관과 포켓스톱 거점등록 서비스를 중지하기로 했다. 포켓몬고 공식사이트 화면 캡처
나이앤틱 사는 당분간 체육관과 포켓스톱 거점등록 서비스를 중지하기로 했다. 포켓몬고 공식사이트 화면 캡처

비록 포켓스톱을 새로 등록을 할 수는 없어도, 허허벌판인 게임 세상에 길과 건물이 나타나게 할 수는 있다. 업데이트 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오픈 스트리트 맵에 정보를 입력하면 게임상에도 반영이 된다.

오픈 스트리트 맵 사이트에서 도로와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구조물을 입력하면 세밀한 지도 제작에 도움이 된다. 농촌 지역의 경우 GPS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저작권이 있는 다른 지도나 자료를 추가해서는 안 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OSM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진주기자

정유경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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