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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유난떠는 엄마 취급 땐 힘 빠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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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유난떠는 엄마 취급 땐 힘 빠져요”

입력
2017.0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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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딸아이 건강 계기로

미세먼지 수치 공유ㆍ토론회 등

정부에 WHO 수준 규제 촉구

“산업 기준까지 높아지게 돼

당국, 허용기준 상향 노력 안 해”

김민수 대표는 “정부가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더 자세하고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대표 제공
김민수 대표는 “정부가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더 자세하고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대표 제공

지난해 중학생인 딸(16)이 학교에서 등산을 갔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공기 1㎥당 80㎍(마이크로그램)을 기록한 날이었다. 창 밖은 뿌옜다. 평소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 공기오염에 민감한 딸 걱정에 학교 측에 야외활동 자제 요청을 했다. “미세먼지 등급이 ‘보통’이어서 문제 없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야외활동 제한을 권고하는 ‘나쁨’ 등급은 81㎍/㎥부터다.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김민수(49) 대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엔 어김없이 눈다래끼까지 나는 딸을 내가 아니면 아무도 지킬 수 없겠더라”며 “오죽하면 결혼 후 쭉 집안 살림을 해온 평범한 가정주부가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환경운동에 뛰어들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김 대표가 비슷한 고민을 가진 10명과 의기투합해 만든 이 시민단체의 탄생 배경이다.

회원들 간 소통을 위해 만든 온라인 카페는 개설 두 달여 만에 회원 수 1,000명을 넘었다. 대부분 학부모들로 구성된 회원들은 매일같이 미세먼지 수치를 공유하고 환경당국을 상대로 정책 제안을 하거나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하며 하루를 보낸다. 후원 없이 사비를 털어 명함과 현수막도 만든다. ‘침묵의 살인마’로 불리는 미세먼지로부터 가족을 지키겠다는 한 가지 이유에서다.

연중 미세먼지가 가장 극심한 1~2월 들어 더욱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예민하고 유별난 사람들”로 취급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힘이 쭉 빠진다고 김 대표는 하소연했다. 한 회원은 아이에게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씌워 보낸 뒤 학교 측에서 “아이를 너무 유난스럽게 키우면 안 된다”란 말을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교육당국 관계자로부터 “미세먼지에 자꾸 노출시켜서 아예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위험한 발언을 듣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리끼리 ‘고구마 한 바구니를 먹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속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아이가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쓰고 ‘마음껏 숨 쉬고 싶어요’라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제공
한 아이가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쓰고 ‘마음껏 숨 쉬고 싶어요’라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제공

이 단체는 느슨한 국내 미세먼지 허용치를 세계보건기구(WHO)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 미세먼지 하루 평균 최대 허용 기준은 100㎍/㎥, 초미세먼지의 경우 50㎍/㎥로 WHO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김 대표는 “환경기준을 강화하면 산업기준까지 덩달아 높아지게 돼 반발을 우려한 당국이 조정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는 지난달 WHO 기준으로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관련 정책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오는 22일 평택시청에서 미세먼지 정책반영을 위한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 목소리에 힘을 줬다. “공기는 평등하잖아요. 내 아이 당신 아이 모두 건강하자는 게 우리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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