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급증ㆍ건축붐 일며
사용량 늘어 일부 물부족 현상
중산간 지역까지 각종 개발행위
오염원 증가 수질보호에 비상
제주도, 특별관리지역 지정 추진
제주시 아라동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부 김민자(45)씨는 물 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김씨는 “재작년 여름에 퇴근해서 돌아오니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며 “하루 종일 땀을 흘려 돌아왔는데 샤워는 물론 식사준비도 못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최근 제주지역에서는 물 사용량이 늘어나는 여름철마다 일부 지역에서 단수가 이뤄지면서 불편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농가들도 걱정은 매한가지다.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들 경우 지하수를 활용한 농업용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여름철 59일간의 지속된 가뭄으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돼 많은 농가들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상수도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격일 급수가 이뤄져 중산간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고통을 겪었다.
최근 제주지역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하고, 크고 작은 건축물이 많이 들어서면서 물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 물 부족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2일 제주도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해 실시한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 확대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용수수요량은 41만3,000㎥로, 공급능력 42만8,0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2025년에는 용수수요량이 46만2,000㎥으로 크게 늘어 공급능력(42만3,000㎥)을 넘어섰다.
특히 제주는 타 지역과 달리 큰 강이나 연중 물이 흐르는 하천이 없어 상수도는 물론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까지도 지하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지하수가 오염될 경우 큰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지하수자원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의 각종 개발행위 증가로 오염물질인 질산성질소 농도가 높아져 지하수 환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간(해발 200~600m) 이상 지역의 관정별 질산성질소 농도(㎎/ℓ)는 2005년 0.8에서 2010년 0.9, 2015년 1.5 등으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개발사업 및 오염원 증가에 따른 것으로, 실제 중산간 이상 지역의 개발 현황을 보면 2014년에만 건축물 건축허가 290건과 개발행위 31건이 허가됐다. 또한 개인하수처리 시설은 1998년 54곳에서 2014년 1,442곳으로 크게 늘어 지하수 환경을 위협하는 잠재적 오염원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해발 300m 이상 중산간 지역 450㎢를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최근 제주도의회에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다.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에서는 개인의 신규 사설 관정 개발은 엄격히 제한되며, 지하수 수질관리 및 잠재오염원 관리 등이 대폭 강화된다.
도 관계자는 “중산간 지역을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하수 오염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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