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에틸렌아크릴산 사업부 인수
4247억원에 美-스페인 공장 2곳
제조기술-지적재산권 등 확보
불과 열흘 전 LG와 반도체 빅딜
SK그룹 17조 공격적 투자에 속도
美원유업체, 中화학기업도 관심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컬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에틸렌 아크릴산은 식품, 치약, 화장품, 약품 포장재용 접착제로 사용되며, 전세계적으로 듀폰, 엑손모빌 등 일부 업체만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이다. 이번 인수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밝힌 3조원 투자계획의 첫 단추를 뀄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사업구조 혁신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일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3억7,000만달러(약 4,24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SK이노베이션은 다우케미컬이 보유한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와 스페인 타라고나의 생산시설 2곳, 제조기술, 지적재산권, 상표권 등을 확보하게 된다. 금속 접착성이 뛰어나 알루미늄 포일이나 폴리에틸렌 등을 금속 소재와 붙여주는 기능성 접착수지인 에틸렌 아크릴산은 미국 유럽의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연평균 2~3%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신흥시장인 중국은 7%의 성장이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다우케미컬은 ‘프리마코’란 브랜드를 앞세워 에틸렌 아크릴산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나, 듀폰과 합병하면서 반독점 규제에 걸려 이 사업 부문을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전세계적으로 10곳이 넘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SK이노베이션이 인수를 성사시키면서 단숨에 이 분야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올해 이어질 SK이노베이션의 인수합병(M&A)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역대 최대로 추정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확보한 ‘현금 실탄’으로 올해 최대 3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석유개발, 화학,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3개 사업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M&A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화학업체 ‘상하이세코’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스위스 업체 ‘이네오스’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의 셰일가스와 원유 등을 적극 개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석유개발 업체 매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최근 자원개발(E&P) 사업부 본사를 국내에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기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적극적인 M&A 행보는 SK그룹 전체의 공격적인 투자와 연결된다. 지난달 23일 그룹 지주회사인 SK㈜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고, 사흘 뒤인 26일에는 최태원 회장이 그룹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SK그룹은 국내 시설 투자에만 11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인데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사업 인수를 담당한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이번 인수로 고부가가치 화학사업구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며 “사업구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벌여 중국 등 신흥국의 고부가 화학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이번 인수를 시작으로 신규 M&A와 글로벌 협력 제휴에 박차를 가해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를 30조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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