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야 한다’는 골프장의 금기를 깬 유일한 대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이 3일(한국시간) 개막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에서 나흘 동안 열리는 피닉스오픈은 여느 골프대회와 달리‘시끄러운 응원’이 허용된다. ‘정숙’할 필요도 없고, 관전 매너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골프닷컴이 선정한 ‘피닉스오픈을 독특하게 만드는 6가지 이유’에 따르면 첫 째 이 곳은 대회가 끝나고 나이트클럽으로 변신한다. 프로골퍼들이 관중과 뒤섞여 생생한 음악과 알콜 음료를 즐기며 춤을 춘다. 당초 골프장에서 열렸다가 규모가 점점 커지는 바람에 몇 년 전부터 코스 바깥에서 개최된다. 두 번째로 16번홀은 ‘콜로세움’이라 불리는데 2만개의 좌석이 갖춰진 스탠드는 대회 내내 갤러리로 가득 찬다. 갤러리들은 티박스 바로 뒤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좋은 샷이 나오면 환호성을 지르고 실수가 나오면 야유를 보낸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1997년 에이스(홀인원)를 성공시켰을 땐 맥주캔과 그 잔해물들이 허공을 날아다녔다고 한다. 세 번째는 16번홀 근처에서의 진풍경이다. 갤러리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선다. 선수가 갤러리를 향해 기념품을 던지는데, 운이 좋다면 많은 상품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네 번째로 피닉스오픈에선 복장을 단정히 할 필요도 없다. 독특한 복장을 갖춘 10대 갤러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년들은 수트와 보타이, 소녀들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골프장을 배회하며 같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다섯 번째는 ‘진-버거’와 ‘썬더-도그’로 대표되는 거대한 푸드코트로 피닉스오픈의 명물이다. 마지막으로 피닉스오픈은 50만명을 웃도는 입장객을 끌어 모아 세계에서 가장 관객이 많은 골프(단일 스포츠경기 최대관중) 대회라는 명성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61만8,000명이 입장했다.
올해는 저스틴 토마스(미국)라는 뜨거운 신예 스타의 등장으로 피닉스오픈의 열기가 더욱 달궈질 전망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2주 연속 우승에 최연소 59타, 36홀 최소타, 54홀 최소타에 72홀 최소타 기록 등을 차례로 갈아치운 토마스는 이곳에서 시즌 4승에 도전한다.
2015년 첫 출전해서 공동 17위, 지난해에는 컷 탈락했지만 그는 현재 PGA투어 다승 1위(3승), 상금랭킹 1위(380만달러), 평균타수 2위(68.785타)를 달리는 최강이다. 토마스에 이어 상금랭킹 2위(312만 달러)에 평균타수 1위(68.715타)에 올라 있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피닉스오픈에서 유난히 강하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이 대회에서 공동4위, 준우승, 그리고 우승 등 출중한 성적을 남겼다. 올해 들어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3위에 그쳐 첫 우승을 노리는 조던 스피스(미국)와 1991년부터 이 대회에 개근한 필 미켈슨(미국)도 어김없이 출전한다. 대회 경기위원회가 1일 발표한 1, 2라운드 조 편성에 따르면 미켈슨과 토마스, 애덤 해드윈(캐나다)이 이틀 동안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미켈슨, 토마스, 해드윈은 59타를 쳤다는 공통점에 착안해 짠 조편성이다. 패트릭 리드, 버바 왓슨, 맷 쿠처(이상 미국)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미국 대표팀 동료들로 구성돼 피닉스오픈 1, 2라운드를 함께 치른다. 대회 주최 측이 내세운 흥행 카드는 조던 스피스(미국), 욘 람(스페인), 그리고 리키 파울러(미국)를 묶은 ‘영건 스타 조’다. 디펜딩 챔피언 히데키는 2015년 우승자 브룩스 켑카(미국)와 2015년 신인왕 대니얼 버거(미국)를 1, 2라운드 파트너로 맞았다. 국내 선수 중에는 안병훈(26)을 비롯해 맏형 최경주(47)와 노승열(26), 그리고 김시우(22)가 나선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ㆍ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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