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5ㆍ여)씨는 2014년 6월 14일 스마트폰 동호회에서 한 회원으로부터 B(36)씨를 소개받아 사귀기 시작했다. B씨는 같은 해 11월 A씨에게 청혼을 했고 한달 뒤에는 상견례까지 마쳤다. A씨는 이듬해 9월 12일 B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행복한 신혼생활은 두달 만에 막을 내렸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에서 B씨의 전화번호와 뒤 4자리가 같은 번호를 발견했다. 이 번호의 주인은 B씨와 2007년 8월 결혼한 여성이었다.
알고 보니 B씨는 8살과 10살짜리 자녀 2명을 둔 유부남이었다. B씨는 2010년부터 아내와 별거 생활을 했지만 이혼은 하지 않았고 A씨와 결혼식을 올린 뒤에도 아내와 자주 연락하고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직업도 속였다. A씨는 벤처 사업가로 알고 있었으나 B씨는 직원이 2명뿐인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상견례와 결혼식 때는 돈을 주고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가짜 부모와 고모, 친구로 내세웠던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A씨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단비 1,000만원과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B씨에게 준 상태였다. B씨는 예단비로 A씨의 어머니에게 옷 등을 사주겠다고 속였다. 가짜 전세계약서 등을 보여주며 전세보증금은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거짓말도 했다. A씨는 예식비와 신혼여행비, 예물 마련, 신혼집 가구 구입 등에도 2,913만원을 썼다.
결국 B씨는 사기 및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지난해 11월 11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도 냈다.
인천지법 민사12단독 박대준 판사는 A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포함해 모두 9,095만원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B씨에게 명령했다고 2일 밝혔다.
박 판사는 “피고가 유부남인 사실을 숨긴 채 지속적이고 치밀하게 원고를 기망해 결혼식을 올렸다”며 “불법행위임이 명백하므로 원고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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