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의 단신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24ㆍ178㎝)는 올 시즌에만 두 차례 퇴출 위기를 겪었다. 우승을 노리기 위해 단신 가드보다 골 밑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언더사이즈 빅맨’이 필요하다는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과 구단의 판단에 사익스는 자칫 짐을 쌀 뻔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12월 사익스를 마커스 블레이클리로 교체하기로 하고 한국농구연맹(KBL)에 영입 가승인 신청을 냈지만, 블레이클리가 교섭에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지난달 26일에는 에릭 와이즈 영입 가승인 신청을 냈다. 하지만 토종 가드 김기윤의 허리 디스크 수술이 결정되면서 포인트가드 전력이 바닥을 드러냈고, 사익스와 와이즈 사이에서 고심하다가 결국 사익스로 시즌 끝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사익스는 1일 퇴출 위기 이후 첫 경기였던 서울 SK전에서 20분만 뛰고도 17점 7어시스트로 활약했다. 그는 경기 후 “(1월30일) 서울 삼성전 이전에 김승기 감독님으로부터 잔류 결정을 전달받았다”며 “그래서 자신 있게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인생에 큰 어려움을 여러 번 겪었다. 두 아이가 있고, 5년 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서 “역경을 이겨내려고 했다기보다 코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시즌을 잘 마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의연한 모습을 내비쳤다.
김 감독이 사익스의 잔류 여부를 두고 고민할 때 동료들이 ‘사익스를 잡아달라’는 의사를 김 감독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판 슈터 이정현(30)은 “우리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인데 사익스를 교체한다고 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감독님에게 사익스와 함께 뛰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이정현은 또한 “우리 팀은 내외곽 플레이를 조화롭게 할 수 있는데 그 동안 너무 골 밑 플레이에만 집중했다”면서 “그러다 보니까 부작용이 났다. 사익스는 밖에서 흔들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설명했다. 동료들은 사익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많은 대화도 나누고 있다. 오세근은 “두 번의 퇴출 소식에 상처를 안 받을 수 없다”며 “장난도 많이 치고, 얘기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 ‘앞으로 꽃길만 걷자. 우승까지 함께 가자’라는 말을 해줬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사익스는 “잔류에 도움을 준 동료들에게 매우 고맙다”고 화답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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