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막말과 자기 자랑 등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같은 우방국 정상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28일 턴불 총리와의 전화회담 중 양국이 맺은 난민교환 협약에 대해 막말을 퍼붓곤 한 시간으로 예정된 통화를 25분 만에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견고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는 백악관 발표와는 영 딴판이다. 신문은 “트럼프가 다른 정상들도 무례하게 대하긴 했지만 호주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함께 싸운 맹방이기 때문에 턴불 총리에 대한 대우가 특히 놀랍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호주는 서로 역외수용소 난민을 교환하는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WP에 따르면 턴불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미국의 협정 준수 의지를 확인받고자 했고, 트럼프는 “호주가 다음 보스턴 테러범들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면서 “사상 최악의 협정이었다”라고 맹비난했다. 통화 말미에는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과도 통화했다며 호주 총리와의 통화가 “지금까지 했던 통화 중 단연 최악”이라고까지 했다.
WP는 트럼프가 전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아슬아슬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언론에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는 “거기엔 ‘나쁜 놈들(Bad hombres)’이 많다”며 “당신들(멕시코)이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으니 내가 우리 군대를 보낼지도 모른다”고 멕시코를 위협했다. 트럼프는 설전이 오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대선 승리와 취임식 인파 규모에 대한 자랑을 잊지 않았다고 WP는 덧붙였다.
AP통신은 “이번 녹취록은 트럼프가 비공개 외교를 진행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한 드물고 인상적인 기회”라며 “외국 정상들에게도 거칠고 직설적인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P 역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부동산 사업으로 갈고 닦은 협상전략과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보여준 과격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는 동맹국 정상들까지도 독설로 괴롭힐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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