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보험설계사 김모(38)씨에게 지난 3년여 간 주 수입원은 보험사기였다. 자동차보험은 물론, 여러 보험사에서 중복으로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운전자보험의 보험금이 그의 ‘먹이감’. 자신 차를 주차장 벽 등 시설물에 부딪힌 뒤 가입 보험사 4곳에 운전자보험금을 청구한 뒤, 사고조사 때 사고장소를 모른다고 하거나 차량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 식이었다. 2015년까지 설계사로 일하면서 동일한 수법의 사고가 이어지면 보험사가 보험사기를 의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사고조사가 충분치 않아 보험금을 주기 어렵다는 보험사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도 했다. 피해자 의심이나 보험금 지급거절 등 금감원에 접수되는 민원이 많은 보험사는 영업을 하는데 불이익이 따른다는 업계의 생리를 악용했다. 보험사들은 김씨의 협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씨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9차례에 걸쳐 타낸 보험금 액수는 총 5,000여만원. 서울 마포경찰서는 김씨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보험금으로 도박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썼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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