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반기문 테마주들이 급락하고 있다.
2일 오전 9시4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성문전자는 전날보다 29.85% 떨어진 4,16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창 역시 가격제한폭인 29.94%까지 하락해 2,715원을 기록하고 있다. 성문전자는 신준섭 전무이사가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돼 왔다. 한창은 최승환 대표이사가 유엔 환경계획 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기문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외조카가 대표이사로 있는 지엔코도 3,530원(-29.82%)까지 곤두박질쳤다.
반 전 총장이 전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주식시장 마감 직후인 오후 3시30분이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시간외거래 시장에서 큰 혼돈을 겪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시간외 거래대금은 783억5,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평균 거래대금(305억6,200만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매도 물량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잔량도 급증했다. 지엔코는 425만주, 성문전자 220만주 가량이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1년새 큰 부침을 겪었다. 반 전 총장이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르자 주가가 10배가량 뛰기도 했지만 귀국 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밟는 와중에도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테마주들의 수익률도 부진했다. 지난달 코스피 하락률 1위는 성문전자(38.73%)엮다. 하락률 상위 2, 3, 5위 종목도 '반기문 테마주'가 차지했다. 한창(33.95%), 부산주공(30.5%), 에쓰씨엔지니어링(22.52%)가 그들이다.
반면 ‘황교안 테마주’는 부상하고 있다. 코스닥 종목 인터엠은 조순구 대표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같은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교안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황 대행이 여권의 새로운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지지율도 상승세를 그리면서 인터엠의 주가도 오름세다. 9시40분 현재 전날보다 23% 오른 7,5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문재인 테마주도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인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의 부인이 대주주라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우리들제약은 주가가 7,110원에서 1년새 17,600원으로 150% 가까이 상승했다.
정치테마주는 그러나 ‘개미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위험한 투자대상이다. 정치인과 인연이 있다는 불확실한 정보와 주관적 판단에 기댈 뿐 기업가치에 대한 합리적 분석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 지역에서 케이블 TV 방송사를 운영 중이라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엮인 씨씨에스처럼 황당한 사례도 많다.
한국거래소의 최근 조사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시장전체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65%지만 정치테마주에서는 97%로 개인투자자가 압도적이다. 기관과 외국인 비중은 3% 미만이란 이야기다. 정치테마주를 투자한 개인의 73%(계좌 기준)는 정보력 부재와 뇌동매매로 손실을 입었다. 거래대금 5,000만원 이상의 고액투자자 손실 계좌비율은 93%에 달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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