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대학의 ‘버스 또라이’ 김훈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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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대학의 ‘버스 또라이’ 김훈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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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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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미친 청년 김훈배씨. 펼쳐보인 노트는 매일 매일의 버스 승하차 기록을 정리한 일지다.

2014년 5월부터 열정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훈배(23)씨의 꿈은 버스 운전기사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친구 같은 기사가 되고 싶어한다. 열정대학에서 그는 버스에 미친 ‘버스 또라이’로 통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틈만 나면 버스를 타고 다닌 지 12년, 그때부터 버스 운전기사가 꿈이다. 서울 경기 인천의 버스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고 번호만 대면 노선을 죄다 외우니 가히 걸어다니는 버스사전이다.

설 연휴 첫날인 지난달 27일도 그는 집에서 한 번에 오는 버스를 안 타고 다른 곳을 돌고 돌아다섯 번 버스를 타고 인터뷰 장소인 광화문에 왔다. 운영 회사, 노선번호, 승ㆍ하차 지점, 요금과 요금 지불 방법을 깨알같이 정리한 노트를 보여줬다. 매일 일지를 쓴다. 가장 많이 탄 날은 2016년 10월 16일, 하루 종일 20회를 탔다. 국회도서관에 가서 버스정책 연구 자료를 보고 정리한 노트도 보여줬다. 정책 기초 자료로 써도 좋을 상세한 기록이다. ‘내 손 안의 버스 정보 버스 터치’라는 이름으로 8년째 블로그도 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왕따로 상처를 입었다. 학교에 간 날보다 안 간 날이 많았던 소년은 집 앞 순환버스를 타고 5~6바퀴를 돌며 운전기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친절하고 따뜻한 기사를 보면서 버스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음을 알았다.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대학은 가지 않았다. “필요를 못 느껴서요. 열심히 살면 되는 거지, 직업은 귀천이 없다고 생각해요. 돈은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돼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제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어요. “

버스 운전기사들과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동 문제와 버스 정책,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버스정책의 불합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겠다는 꿈도 생겼다. 청년 단체에 나간 적도 있지만, 대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는 보이지 않는 차별에 실망해 고민하던 중 열정대학을 알게 돼 입학했다. 주로 토론이나 사회문제 관련 과목을 들었고 기자학과, 정치학과는 좋아서 두 번씩 수강했다. 열정대학을 다니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입학설명회에서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 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속이 시원하더라”고 했다.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고 군대 갈 날을 기다리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금도 매일 버스를 타고 세상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병역 마치면 마을버스 운전부터 시작해 시내버스까지 운전하고 싶다는 청년, 그의 꿈이 푸르다. 오미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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