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식 4만여주 매수
“그룹 장악력 확보 차원” 분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약 2년 만에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지주사 전환을 앞둔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재계는 신 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신설될 지주사 지분과 맞교환하는 ‘스왑’과정을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부터 26일에 걸쳐 롯데제과 주식 4만여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8.78%에서 9.07% (128만 8,680주)로 늘어났다.
신 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인 이유는 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제과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 7.9%를 가지고 있는 등 그룹 지배 구조상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 롯데칠성음료(18.33%), 롯데푸드(9.32%), 롯데리아(13.59%) 등 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통상 지주사 체제로 회사 지배구조를 바꾼 대기업 오너들은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과 신설될 지주사 지분을 맞교환 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지분을 확보해 왔다. 이는 재계가 이번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 매입을 지배력 강화 조치로 보는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 회장이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롯데제과가 신 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회장이 롯데제과 등 그룹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12일 롯데쇼핑 주식 95만주(3.02%)에 대해 KEB하나은행과 신규 담보 대출 계약을 체결해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번 롯데제과 지분 매입에 쓴 돈은 80억원에 불과하다. 신 회장의 지분 매입이 그룹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라면 남은 돈 900억원도 계열사 지분 매입에 고스란히 투입될 수 있다.
한편 신 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비슷한 시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롯데쇼핑 255만주 담보로 2,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형제 간 계열사 지분 매입 경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형제는 2015년 롯데제과 지분 매입 경쟁을 시작으로 형제 간 경영권 분쟁 국면에 돌입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지분 매입은 책임경영을 실시 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 작업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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