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64세 투자비율 증가 최고
수익률 따른 투자민감도도 높아
“부동산 불패신화 학습효과” 분석
‘고령층 주택처분으로 수요 감소’
기존 전망과 정반대로 움직여
가격하락 땐 노후준비 타격 우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박모(66)씨는 7년 전 용산구에 사뒀던 전용면적 60㎡ 크기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최근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팔았다. 그 사이 가격도 크게 올라 3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그러나 박씨는 다시 부동산을 살 생각이다. 그는 “목돈을 굴리려면 부동산만한 게 없다”며 “신도시나 저평가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지역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택거래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층의 자산 처분으로 전체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그 동안의 가설과는 정반대다. 전문가들도 고령화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며 기존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1일 한국감정원의 ‘실질 투자수익률이 연령별 아파트매매거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거래는 고령층에서 오히려 더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2010~2014년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에 투자한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도 60~64세였다. 2010년 10.4%에서 2014년 19.6%로 9.2%포인트나 급증했다. 그 뒤를 4.3%포인트 늘어난 40~44세(8.1%→12.4%)와 2.1%포인트 증가한 65세 이상(8.0%→10.1%)이 이었다. 반면 30~39세, 45~49세, 50~59세 등 경제활동이 활발한 다른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해당 비율이 줄었다.
투자수익에서 시장금리 지불 비용 등을 제외한 실질 투자수익률이 1%포인트 늘어날 때 아파트 거래량이 연령대별로 얼마나 늘어나는 지를 분석(2010년 1월~2016년 10월 기준)한 결과에서도 고령층의 투자민감도가 두드러졌다. 65세 이상은 4.5%, 60~64세는 3.4%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40~44세(5.5%)를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2,3위에 해당된다.
박진백 한국감정원 책임연구원은 “고령층이 자산 처분에 나서면서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기존 주장은 고령층이 경제활동을 그만 둘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해 나온 논리”라며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한 후에도 투자에 나서는 고령층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층의 부동산 매도로 시장이 침체되는 시기도 10년 이상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목돈을 굴릴 수 있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이들이 한창 경제활동을 할 때 경험했던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학습효과 등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국내외 충격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라앉을 경우 노후준비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령층은 일을 해 번 돈으로 투자 실패를 만회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파산 등 가계부실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 담보대출 금액은 1억362만원(2016년 기준)으로 전 연령대 평균(1억324만원)을 웃돌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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