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한국에 상륙한 지 일주일, 벌써 700만명 넘는 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포켓몬 생포에 나서면서 전국의 노른자위 사냥터도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희귀종을 포함한 포켓몬이 대거 출몰하고 포획 무기인 몬스터볼을 구할 수 있는 ‘포켓스톱’이 도처에 있어 사냥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이들 장소는 포켓몬 마니아들에겐 성지(聖地)나 다름없다. 마음속 점 찍어둔 명소가 바로 그곳이라면 금상첨화. 엄동설한을 뚫고 가족, 친구와 기꺼이 순례에 나설 만한 포켓몬 성지 7곳을 추천한다.
1. 부산시민공원
“사냥 10분 만에 포켓몬 50마리를 잡았다”는 성공담이 퍼지면서 단박에 포켓몬 성지로 떠올랐다. 축구장 면적의 6배에 달하는 널찍한 잔디광장이 조성된 이 공원은 차량은 물론이고 오토바이나 자전거 출입이 금지돼 안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공원 어디서나 와이파이 접속도 가능하다. 미군 부대였다가 3년 전 시민 품으로 돌아온 이 공원에는 메타세콰이어, 왕벚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 사이를 산책하는 즐거움도 있다.
2. 대전 오월드
놀이공원, 동물원 등을 갖춘 이 테마공원엔 포켓스톱이 무려 24곳이 있어 몬스터볼을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일정한 레벨에 도달한 사용자들이 각자의 포켓몬으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체육관’도 밀집해 있다. 이달 12일까지 공원 내 눈썰매장이 운영된다는 점도 순례자의 마음을 끄는 대목이다.
3. 전주한옥마을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한옥마을은 요즘 맵시 나는 기와 대신 스마트폰을 주시하며 걷는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조선 태조의 어진(초상화)이 봉안된 전주경기전, ‘혼불’의 소설가 최명희 선생 생가터,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오목대까지, 전통의 멋이 넘실대는 마을 곳곳에 포켓몬이 출몰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4. 제천 의림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이자 겨울철 빙어낚시터로 유명한 의림지는 일대에 포켓스톱과 체육관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북 지역을 대표하는 포켓몬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느 대학 캠퍼스처럼 포켓몬이 자주 출몰하는 인근 세명대부터 의림지까지 30분 거리의 산책로가 주요 사냥터다.
5. 춘천 남이섬
겨울에도 아름다운 남이섬엔 지금 포켓스톱이 지천이다. ‘연인들의 성지’라 불리는 메타세콰이어 길을 누비며 포켓몬을 향해 몬스터볼을 던지고 또 던져도 모자랄 일이 없다. 더구나 ‘파오리’ ‘식스테일’ ‘냄새꼬’ 등 여간 만나기 어려운 희귀 포켓몬을 손에 넣었다는 사냥꾼들의 자랑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니아들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
6. 창원 장복산조각공원
1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는 4월에나 상춘객으로 북적이던 이 공원은 포켓몬 성지로 지목되며 때이른 특수를 맞고 있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조각상에 숨어있는 포켓몬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다. 장복산 중턱에 자리한 공원에 이르는 1.5㎞ 산책로를 누비며 몬스터들을 잡다보면 어느새 진해만의 잔잔한 바다가 눈에 시리게 들어온다.
7. 신촌 이한열박물관ㆍ노수석추모비
포켓스톱은 연세대 신촌캠퍼스 교정에 설치된 노수석(1976~1996) 열사 추모비와 인근의 이한열(1966~1987) 열사 박물관에도 넉넉히 포진해 있다. 우리가 누리는 증강현실은 이들이 더 나은 현실을 갈구하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기에 가능했을 터. 포켓몬을 잡기 위해 이곳을 들르거든 이들의 희생에 잠시나마 머리 숙이고 우리 사회를 퇴행시키는 ‘몬스터’들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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