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을 조사해 시정ㆍ징계 요구
신청문턱 낮춰 첫해 115만건 처리
강화 약속한 직권감사는 완료 0건
2014ㆍ2015년 年 3건에도 못 미쳐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던 박모(68)씨는 지난해 거주할 집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가 살던 집이 철거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박씨는 임대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자가 됐지만, 21평형 임대아파트를 신청했다 탈락하는 바람에 졸지에 갈 곳을 잃었던 것이다. 심지어 SH공사는 탈락한 대기자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입주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무작위 전산 추첨방식을 도입해 박씨는 언제가 될지 모를 입주순번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박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서울시 시민옴부즈만위원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위원회는 민원배심법정을 열어 SH공사와 박씨의 입장을 중재했고, 결국 SH공사는 박씨가 21평형 임대아파트 입주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그에게 17평형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4일 출범한 서울시 시민옴부즈만위원회가 1년간 총 115만2,224건의 생활민원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시민들이 청구한 민원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자치구, 산하기관 등에 시정과 징계를 요구하는 기구로, 2015년까지 서울시 민원해소담당관실 소속으로 있다가 독립성 강화를 위해 별도 위원회로 설립됐다.
1일 위원회가 발표한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시민들은 교통관련 민원 56만4,905건, 가로정비 관련 민원 16만5,726건, 주택건축 관련 민원 2만727건 등 총 115만2,555건의 생활민원을 신청했다. 위원회 위원(위원장 포함 7명)과 소속 공무원(32명)은 이 중 99.9%의 민원을 처리했다.
적은 인원으로 방대한 양의 민원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시와 자치구의 협업 덕분이었다. 예를 들어 장마철 시민불편사항이 접수되면 시와 구청 직원들이 협업해 보도블록 침하, 도로 물고임 불편 사항 등을 점검했다.
그렇다고 모든 민원을 속도전으로만 처리한 것은 아니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민원은 민원배심법정 등 별도의 중재기구를 운영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 1년간 민원배심법정에 상정된 안건은 8건(배심 개최 15회)이었고, 일부인용, 조정ㆍ중재 등을 통해 100% 민원을 해결했다.
과거 민원해소담당관실 시절보다 고충민원 신청의 문턱을 낮춘 것도 시민들의 민원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 기존에는 주민 50인 이상의 연서가 있어야만 고충민원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위원회는 한 사람만 고충민원을 신청해도 이를 접수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60대 고모씨는 지하철 5호선 공사구간에 사용되는 복공판(공사 중 도보 이동 등을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철제 또는 콘트리트 판)의 안전 문제를 제기했고, 시민감사옴부즈만이 직접 현장을 찾아 안전성을 검토하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복공판 무게 등 세부기준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위원회 출범 당시 공언했던 직권감사 강화 방침은 기대에 못 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는 직권감사 전환 시 감사위원회와의 사전협의 절차를 메모 협의로 대체하는 등 직권감사 돌입 절차를 간소화해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직권감사는 단 한 건도 완료되지 않았다. 2015년과 2014년에 각각 3건씩 완료됐던 것에 비해 후퇴한 결과다.
홍남기 시민감사총괄팀장은 “지난 1년은 위원장과 위원들이 전원 교체되는 등 초석을 다지는 시기였다”며 “현재 2건의 직권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올해 감사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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