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희박하고 행정력 낭비”
시의회, 관련 예산 전액 삭감
경기 고양시가 뜬금없이 유엔본부의 해외 출장소격인 제5사무국 유치에 나섰다가 예산 2억원만 낭비한 채 실패했다. 이어 꺼내든 유엔 산하 국제평화기구 유치사업도 의회 반대에 부딪혀 좌초위기에 놓였다.
1일 시에 따르면 유엔사무국 유치에 실패한 고양시가 재추진 중인 ‘국제평화기구’ 유치 예산 6,000만원이 의회 예산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
시의회는 “유엔 제5사무국에 이어 국제평화기구도 유치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며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시는 이 돈으로 평화기구 유치를 위한 세미나와 유럽 출장 등에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시의회에 제동으로 사업 시작 3년 만에 손을 놓게 됐다.
시는 3월 말 나올 평화기구 유치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가지고 의회에 추경 예산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고양시의 유엔 제5사무국 유치는 유엔의 방침조차 확인이 안 돼 성사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에도 강행해 무리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는 2015년 갑자기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일부 시의원이 ‘유치협의회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국내외 유치운동을 벌였다.
2015년부터 2년간 예산 2억2,000만원을 들여 유엔 본부와 사무국이 있는 미국과 유럽을 돌아다니며 국외 세미나, 포럼 등을 여는 등 주변의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치에 열을 올렸다. 유엔사무국은 현재 뉴욕(미국) 제네바(스위스) 빈(오스트리아) 나이로비(케냐) 등 4곳에 있다.
그러나 유엔, 외교부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성과도 못 내자 최성 시장은 지난해 4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기존의 입장을 바꿔 국제평화기구 유치 의향서를 전달했다. 유엔 사무국 유치계획을 슬그머니 철회한 것이다. 시는 이때부터 국제평화기구 유치에 매달리고 있다.
고양시의회 한 의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에 무리하게 매달렸다”며 “시장의 과시용 사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외교부의 협조가 안 되고, 유엔 사무국에서도 부정적 의견을 전해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평화인권과 관련된 유엔기구를 유치한 뒤 유엔사무국까지 끌어오는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