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선정 두고 주도권 다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방식을 두고 관세청과 갈등을 빚는 인천공항공사가 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강행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10월 문을 열 예정인 2터미널에는 1터미널 대비 60% 수준인 약 1만㎡ 규모의 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입찰은 일반기업 면세점 3곳과 중소ㆍ중견기업 면세점 3곳 등 모두 6개의 사업권으로 구분해 진행된다.
공사는 3월 말까지 제안서 접수를 받아 평가를 거쳐 4월 중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한 뒤 10월 개장에 맞춰 매장 공사와 영업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면세점 사업자를 직접 뽑겠다는 관세청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석달 가량 늦어졌다.
공사 측은 “지금까지 출국장 면세점은 국가자산인 공항ㆍ항만시설을 임대해 운영하는 특성을 감안해 공항ㆍ항만 시설관리자가 입찰을 통해 선정했다”며 “관세청은 사업자가 특허 신청을 하면 심사를 해서 특허를 주는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공항ㆍ항만 면세점 입점 가능 여부와 면세점 사업자 수의 결정권은 관세법에 따라 관세청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관세청 측은 “공사가 사전 협의 완료 전에 낸 입찰 공고는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것”이라며 “사업자를 선정하더라도 당연히 무효이기 때문에 특허권도 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사 측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5년마다 입찰을 통해 임대료를 높게 적어내는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했는데 관세청이 사업자를 선정하면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사는 올해 면세점 임대료로 약 1조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달 18일과 31일 두 차례 협의를 진행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공사 관계자는 “중소ㆍ중견기업 면세점 수를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늘리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면세점 특허심사 때 점수를 깎는 제도 도입 등 절충안을 내놓았으나 관세청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4월까지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2터미널을 면세점 없이 열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공고를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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