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내각 내정자에 대한 인준투표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취임 직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내각 임명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던 민주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상원 재무위원회ㆍ보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로 예전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와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투표 참여를 공식으로 거부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날 “두 장관 후보자들을 인준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정보가 미비하다”는 이유를 대며 회의장을 벗어났다. 므누신 내정자가 과거 금융가로 활동하면서 주택 모기지론 가압류를 남용했다는 점, 프라이스 내정자가 사익을 위한 입법활동을 했다는 점 때문에 이들의 공무 담당 자질에 의구심을 보여왔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의 인준투표 역시 연기됐다. 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31일 열린 위원회에서 일부러 긴 연설을 늘어놓는 방법을 사용해 회의를 1일로 연기시켰다. 몇몇 위원들은 세션스 내정자의 인준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세션스 내정자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정책 설계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데다, 그가 맡을 법무장관직 역시 행정명령 이행을 놓고 트럼프 정부의 명령에 반발하다 해임된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권한대행이 있던 ‘태풍의 눈’과 같은 자리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취임 직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ㆍ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등의 인준에 동의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나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내정자 등도 논란 끝에 상임위 인준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의회에서 트럼프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
이처럼 장관 임명이 지지부진하자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린 해치(유타) 상원 재무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가식을 떨고 모른체하고 있다”며 “단지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31일 오전 예이츠 권한대행을 해임하면서 “민주당이 순수히 정치적인 이유로 내각 구성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린 바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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