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지난 1월 수주 실적이 3건에 불과해 연초부터 수주가뭄이 재연될 조짐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의 지난 1월 수주는 총 3건이었다.
그나마 수주 실적이 가장 나은 곳은 2건의 계약을 한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1월초 오일메이저 BP사가 발주하는 ‘매드독(Mad Dog)Ⅱ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를 약 1조5,000억원에 수주한 데 이어 1월 중순에는 노르웨이 호그 LNG사로부터 17만㎥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FSRU) 1척을 약 2,700억원에 수주했다.
하지만 두 건 모두 지난해 말부터 수주가 예고돼 있었고 실제 계약만 연초에 체결된 것들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말 탱커선사인 DHT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해 간신히 마수걸이를 했다. 계약금액은 2척에 약 1,940억원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 등 재무 악화로 작년 하반기부터 수주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온 대우조선은 1월 수주가 전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1월이 비수기로 분류되긴 하지만 빅3의 수주 실적이 최악의 수주가뭄을 겪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띠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작년 1월에 조선 빅3는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고, 2월에도 현대중공업만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한 유조선 2척을 합쳐 겨우 3건의 수주를 따냈다.
하지만 작년, 그리고 올해와 마찬가지로 불황이라는 말이 나왔던 재작년만 하더라도 수주 실적이 지금 같지는 않았다. 2015년 1월에 조선 ‘빅3’는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선) 등 18억달러어치(약 2조930억원)를 수주해 천양지차의 모습이었다.
문제는 당분간 지난달처럼 부진한 수주실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수주 절벽’ 현상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업황이 여전히 나빠 발주 물량 자체가 드문 게 가장 크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시황은 작년보다 소폭 회복되겠지만, 과거(2011~2015년)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올해 세계 발주량은 2,050만CGT로 최저점인 2016년(1,117만CGT) 대비 84%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이는 2011~2015년 평균(4,204만CGT)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세계 발주량의 증가로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이 작년보다 소폭 늘겠지만 2011~2015년 평균 1,314만CGT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성과물은 아직 없지만 작년에 비해 유조선 중심으로 문의가 많이 늘고 있다는 게 영업 부서의 이야기”라며 “수주난은 세계적인 현상이므로 글로벌 경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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