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가 오는 4일부터 확대 시행되는 가운데 제도를 둘러싸고 ‘반쪽 짜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작 GMO가 많이 사용되는 식용유나 간장, 액상과당 등은 여전히 표시 면제 대상으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정된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GMO 표시제 확대)이 2월4일부터 시행된다고 31일 밝혔다. 적용 대상은 2월4일 이후 제조ㆍ가공되거나 수입되는 식품이다. 이번 확대 시행으로 GMO 표시 범위가 ‘많이 들어간 1~5위 원재료’에서 ‘모든 원재료’로 확대된다. 가령 특정 과자 제품에 GM옥수수가 중량 기준으로 원재료 가운데 6번째로 많이 사용됐다면 지금까지는 GMO 표시를 안 해도 됐지만 앞으로는 의무적으로 제품 뒷면 원재료 정보에 ‘유전자 변형 옥수수’라고 표시를 해야 한다. 식약처는 또 유전자 변형 정보가 담긴 글씨 크기를 기존 10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확대하도록 했다. 현재 GMO 수입과 제조가 허용된 원재료는 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 사탕무, 알팔파 등 6가지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GMO가 많이 들어가는 식용유나 간장, 액상과당 등은 여전히 면제 대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역시 일부 수입 과자 정도가 추가로 GMO 표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국내에 들어온 식용 GMO는 214만5,000톤인데,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옥수수와 콩은 거의 전량이 국내에 유통되는 식용유와 간장, 액상과당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지금까지도 식약처는 기술적으로 DNA검출(PCR검사)이 어려운 식용유나 간장 등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해 왔는데, 이번에 개정된 식품위생법은 아예 GMO 표시제 대상 식품을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있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한정한다’고 적시했다. 원료를 압착해 만들어 DNA나 단백질 구조가 완전히 파괴되는 식용유나 간장 등을 표시 대상에서 제외할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이유를 든 것은 군색한 변명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영미 아이쿱(iCOOP)생협 캠페인기획부문장은 “GMO사용 여부는 옥수수나 콩을 수입할 때 제출하게 돼 있는 구분유통 증명서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라며 “식약처도 2008년에는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만 봐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최종 제품에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원료의 GMO사용 여부를 확인해 표시를 하는 ‘GMO완전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정년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은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면 GMO 사용 여부 확인이 어려운 수입 제품에 비해 국내 제품이 역차별 받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GMO가 들어가지 않은 ‘비GMO식품’표시 규제도, 사실상 적용될만한 제품이 없을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으로는 GMO가 없는 식품이라고 표시하려면 표시대상인 대두, 옥수수, 면화 등 6가지 원재료 함량이 50% 이상이거나 해당 원재료 함량이 1순위로 사용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더구나 유통과정에서 GMO가 일부 섞이는 경우가 많은데, 미량의 GMO가 섞이면(비의도적 혼입) 허용 불가 대상이 된다. EU처럼 비의도적 혼입 비율이 0.9% 이하이면 ‘비GMO’ 표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친환경 식품 제조ㆍ유통 단체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다.

GMO 표시제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GMO완전표시제법안이 발의가 된 상황이라 앞으로 상황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GMO표시를 한 과자 제품.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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