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결혼해야지’ ‘꼭 취직하길 바래’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꼰대 덕담’은 이제 그만! 막연한 성공기원 립 서비스(Lip service)보다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용기를 잃지 말라는 응원 메시지가 더 절실한 겨울이다. 삶이 팍팍할수록 주변을 살피는 마음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덕담이 그립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충고가 감사하고 작은 배려에 큰 감동으로 화답한다. 설 연휴 동안 주고받은 덕담보다 더 ‘덕담다운’ 메시지를 거리에서 만났다. 어린 시절 보물찾기처럼 문득 마주친 덕담 한마디에 마음은 마냥 뿌듯하다.
‘교만은 추운 겨울 겸손은 따뜻한 봄’ 화려한 간판과 식당 메뉴 안내판이 즐비한 거리에서 소박한 손 글씨가 눈에 띈다. 손 글씨의 주인공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토스트 가판대를 운영하는 민병호(76ㆍ남)씨. 민씨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에 따라 인생은 추운 겨울일 수도, 따뜻한 봄일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가할 때마다 ‘손님들한테 좋은 글귀가 뭐 없을까’ 궁리를 하고, 좋은 문구가 떠오르면 직접 써서 매대 앞에 내건다. 주로 “인생을 살면서 배운 교훈을 적는다”는 민씨는 글귀로나마 손님과 덕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터전을 ‘행복한 집’이라고 표현했다.
토스트 가판대를 지나 몇 걸음 옮기자 편의점 앞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요, 우리 다시 시작해요~’ 국정농단이다 뭐다 전에 없던 실망과 좌절을 경험한 탓일까, 어깨를 토닥거리는 듯한 친근한 문구에서 희망을 엿본다. 다음으로 보물을 찾은 곳은 서울 시민청, 디지털 낙서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행복하기를~^^’ 스스로에게 건넨 ‘셀프 덕담’이라도 상관없다. 낙서를 본 누구나 오늘에 만족하는 지혜를 얻었으면 그만이니까. 광화문 네거리에 이르러 빌딩에 걸린 대형 글판과 마주 섰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눈과 관대한 마음, 실천하는 손길을 그린 포근한 덕담에 절로 마음이 녹는다. ‘힘들 땐 쉬어가세요’ ‘혼자라고 생각말기’ 구로구 항동 기찻길에 새겨진 메시지가 삶에 지친 영혼을 위로하고, 마포대교 난간을 밝힌 ‘많이 힘들었구나’ 한마디는 숱한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사람을 살리고 있다.
때론 예상치 못한 작은 배려가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의 배송직원 김종운(41ㆍ남)씨는 제품 상자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손 편지를 쓴다. 김씨는 “얼마 전 병원에 입원한 고객에게 쾌유를 비는 편지와 함께 제품을 전달했는데, 고맙다며 울먹이던 고객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저희 000 족발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음료수 서비스로 드리니 맛있게 드세요^^’ 족발과 함께 배달된 감사 메모와 빈 음료 용기에 손님이 남긴 칭찬 편지 역시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다. 추운 마음 녹이는 따뜻한 덕담은 일상 속에 숨겨진 소중한 보물이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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