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경영 악화로 매각설까지 제기되는 등 큰 위기를 맞고 있다.
31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2013년 5월 호텔신라에서 빌린 자금(600억원)과 이자를 합해 총 788억원을 이달 말까지 상환해야 돼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김 회장이 전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차입 당시 풋옵션(매도청구권) 계약에 따라 담보로 제공했던 동화면세점 주식 30.2%(57만6,000주)를 추가로 호텔신라에 내놓아야 한다. 호텔신라는 2013년 김 회장에게 600억원을 빌려줄 때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취득했으며 3년 뒤 투자금 회수를 위한 풋옵션을 걸었다.
면세점업계에서는 동화면세점 경영권이 호텔신라나 제3자에게 매각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동화면세점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매각설을 일축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김 회장이 호텔신라에 차입금과 이자 등을 상환하지 못하면 지분을 추가로 내놔야 한다는 것일 뿐 동화면세점을 매물로 내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약 당사자인 호텔신라도 김 회장 개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 받으려 하는 것이지 동화면세점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롯데관광개발 지분(41.66%)도 보유하고 있어 변제 능력이 충분하다”면서 “동화면세점의 회생 가능성이 없자 면세점 사업을 접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사거리에 위치한 중소·중견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다. 루이비통 등 명품브랜드 매장을 입점시키며 성장해 왔지만 최근 수년간 경영 악화로 지난달 루이비통과 구치 매장이 철수했고, 전체 영업시간도 단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자 추가 선정으로 2015년 6곳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2016년 9곳, 올해에는 13곳으로 늘어났다”며 “포화상태인 시내면세점의 생존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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